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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Sep 15. 2023

도쿄는 '공간'이 브랜드감도를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공간은 브랜드다.”'


'공간은 브랜드다'라는 말은  생소할지 모른다. 공간은 브랜드? 이는 추상적이며 철학적인 주장으로 들릴 수 있다 그렇지 않다. 공간이 브랜드라는 말은 개개인의 경험에서 시작한다.'공간은 브랜드다'라는 개념은 처음에는 생소하게 들릴 수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하나의 질문을 던져보자.'


'당신이 좋아하는 카페 분위기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편안한 의자가 많은 곳을 선호한다 어떤 사람은 음악이 좋은 곳을 좋아한다. 어떤 사람들은 경치가 좋은 곳이다. 누군가는 조명이 따뜻한 곳이다. 그렇다면, 이런 요소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카페가 과연 있을까? 아마도 대다수의 사람은‘스타벅스정도?’라고 대답할 거다. 그 순간부터 스타벅스는 '카페’의 기준이 된다. 이것이 '공간이 브랜드가 된다'는 개념이다. 추상적인 경험을 구체적인 ‘기준’으로 말할 수 있게 해주는 것. 하지만 이에 대한 반문도 있다


'스타벅스'는 이미 카페 브랜드다. 카페가 아닌 브랜드는 뭐가 있어?

그렇다면 애플은 어떨까? 여러분이 사용하는 전자기기는 무엇인가? 아이폰만 사용하는가? 나는 맥북 프로, 아이맥, 아이패드, 아이폰을 모두 사용한다. 애플 제품은 간결하고 선이 정말 적다. 그 결과, 나의 작업 공간은 애플 제품들처럼 깔끔하다. 혹은 최대한 깔끔하게 정돈하려고 노력한다. 마치 애플제품이 어울리도록 ‘공간’ 기준을 ‘애플제품’으로 삼은 셈이다. 공간은 우리가 사용하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케아는 어떨까? 우리는 이케아에 가서 아무 물건이나 사지 않는다. 이케아에 가더라도 철저히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고른다. 뿐만 아니라, 이케아 안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공간을 꾸밀 제품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왜? 내 취향에 맞는 물건을 이케아에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케아는 가구 제품을 판매하는 동시에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동시에 이케아는  ‘나다움’을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이렇게 브랜드는 공간 안에서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함께 제품을 제공함으로써 공간 자체로서 브랜드가 된다. 이케아갈때 뭔가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브랜드들은 왜 공간에 어떻게 집중하는가?


브랜드들이 '공간'에 투자하는 이유는 인테리어, 작업 공간, 휴식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서 고객들에게 먼저 떠오르게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팝업 이벤트와 영상 콘텐츠를 만든다. 디올만 해도 성수동에 디올성수 매장이 있음에도, 도보로 1분 근방의 베이식스튜디오에서 디올 팝업을 열기도 했다.

지난 글에서 다룬 츠타야를 살펴보자. 츠타야가 집중하는 셰어라운지는 츠타야서점같이 ‘생활제안’을 하지 않는다. 츠타야도 제품을 통한 제안이 ’ 한계’라는 걸 안다. 그렇기에 그들은 보다 추상적이면서도, 카멜레온 같은 공간. 셰어라운지를 만든 것이다. 셰어라운지가 지향하는 건 생활제안이 아닌, ‘영감’이다. 즉, 감각이다.이제 츠타야가 지향하는 공간은 '영감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이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일은 '기본'이다.

상품 진열에 대한 글이 왜 ‘공간기획과 공간브랜딩’으로 향할까? 상품 진열과 공간 브랜딩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상품을 진열하다 보면, 그 상품들과 브랜드 감도를 반영하는 공간을 만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글에서 다루는 주제의 범위가 계속해서 확장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오늘은 지난 글에서 미처 보지 못한 2곳의 공간을 알아보자.


성품서점

성품서점은 차분하다. 차분한 회랑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들은 ‘책’ 그 자체가 가진 감각을 공간에 담았다. 성품서점은 조명을 세밀하게 활용했다. 조명을 두 가지 스타일로 구분해서 사용했다. 당연히 성품서점의 분위기도 두 개다.

첫 번째는 상점들이 모여있는 회랑이다. 회랑에 사용된 조명이다. 회색벽이 쭉 이어진 회랑. 이곳은 주광색 조명이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회랑 주변은 조금 어둡다. 많은 조명들이 벽에 붙어있다. 하지만 조명의 목적은 회랑과 이어진 상점들을 두드러지게 만들기 위함이다. 다소 어둡고 차분한 회랑을 걷다가 상점에 들어다면? 분위기가 화사하게 바뀌거나, 아늑한 공간으로 바뀐다. 성품서점은 이것을 의도했다. 

회랑벽에 설치된 조명이 회랑과 이어진 상점들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 동시에, 방문객들 이공 간을 더 잘 인식할 수 있게 돕는 셈이다. 성품서점의 조명은 실용성과 분위기 조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부분이 츠타야와의 차이다.

도서코너는 다르다. 이곳은 전구색 조명을 사용했다. 덕분에 사람들이 책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특히 전구색조명이 성품서점의 진열장 곳곳을 통과하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성품서점의 진열장은 일반서점과 비슷해 보이지만 일반 서점과 조금 다르다. 진열장과 벽 사이에 작은 틈새가 있다. 이 틈새가 공간을 부드럽게 만든다. 서점특유의 뺵뺵한 분위기가이 틈새를 통해 부드럽게 변한다.

 이 같은 부분은 츠타야가전과 비슷하다. 하지만 조명을 보는 순간두 곳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늑함’을 기본으로 생각하는 츠타야는 전구색과 밝기가 낮은 조명을 많이 사용했다. 여기에 직사각형과 원통 스탠딩조명을 추가로 사용해 천장조명의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이와 다르게, 성품서점은 직사각형조명을 주로 사용했다. 특히 회랑 벽에 설치된 조명은 붙여서 차분한 공간감을 만들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사이트 같은 경우, 매거진로드 중간중간에 스탠딩 조명을 사용한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성품서점을 보자. 천장에 원형 조명을 넣어 기본적인 밝기를 만들었다. 여기에 레일조명이 추가로 설치되어 있다. 성품서점은 레일조명의 각도를 세밀하게 조절해 공간감을 세밀하게 다듬었다. 이 조명들은 책장과 책장사이를 연결해 공간을 더욱 편안하게 만든다. 즉, 레일조명은 아늑함을 부각하는 도구 인 셈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조명은 방문객들이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들고, 커뮤니티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서 우리가 살펴보는 건 ‘조명위치’가 아니다. 

조명이 어떻게 성품서점만의 분위기를 만드는가? 이 부분에 조금 더 집중해야 한다.


토라야 아카사카 갤러리. “500년을 어떻게 구체적을 전할까?”

아카사카 토라야 갤러리는 고요하다. 숨소리만이 조용히 들릴뿐이다. 이곳은 토라야가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온 과자들 하나하나를 액자에 인쇄해 걸어두고 있다. 토라야. 일본에서 제일 유명한 화과자 브랜드 중 하나도. 그 역사는 500년이 넘는다. 500년이라는 시간은 어떤 느낌일까? 흔히 말하는 '노포’ 떠올려야 할까? 어디 낡고 녹슨 문을 열어 좁은 천장에 좁은 좌석에 앉아야 할까? 500년은 그래야 감이 올까? 그렇지 않다면? 고풍스러워야 할까?


토라야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토라야은 500년을 드러내지 않는다. 어두운 공간 안에 축적된 그들의 감각을 그대로 전한다. 아카사카 스토어를 리뉴얼하면서 갤러리를 만들었다. 화려한 갤러리도 아니다. 고요하고 어두운 공간. 세월을 생각하게 만드는 차분하고 얅은 조명으로 만든 빛.아늑한 그림자와 같이 화과자 액자를 걸어두어 500년을 표현했다. 토라야 갤러리의 공간 가운데에는 의자와 함께 토라야의 역사가 담긴 책자가 놓여있다. 

차분히 책자를 보다 보면, 토라야의 발자취를 알게 된다. 책자를 보고 천장 주변을 보자. 밝은 빛 아래에 토라야가 만든 다양한 과자를 소개하는 사진액자가 눈에 보인다. 그 순간 토라야의 양갱박스가 떠오른다. 이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 놓인 토라야 과자사진들은 500년의 세월을 이미지로 담고 있다. 토라야의 정성을 그대로 전달한다. 

갤러리 안을 돌아다니며 각각의 과자액자를 살펴보자. 토라야가 걸어온 500년은 일본화과자의 역사와 문화 그 자체임을 알 수 있다. 이 속에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다. 브랜드를 만드는 용기도, 유지하는 끈기도, 성과를 축적하는 부지런함도. 이 모든 것을 사람이 한다. 아카사카 토라야 갤러리는 이런 역사와 브랜드의 관점을 통해 현대에 적용되는 방법을 보여준다. 동시에 브랜드가 공간을 통해 과거를 기억하고 간직하는 방식. 이를 브랜딩에 활용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공간은 브랜드의 핵심 요소. 빌드업이다.


축구 경기에서는 매 순간 선수들이 골을 넣기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인다. 이걸 소위 ‘빌드업’이라고 한다. 골키퍼가 수비수로, 수비수가 미드필더로 패스한다. 미드필더들이 공간을 만들면서 공격수에게 ‘골’을 넣는다. 공간은 브랜드에게 이 같은 빌드업이다. 브랜드는 공간을 통해 인테리어, 옷 스타일, 작업 공간, 휴식까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축구에서 팀원들이 함께 협력하여 골을 넣는 것처럼, 브랜드가 만든 공간은 사람들에게 ‘함께 협력하여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자’라고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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