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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Oct 11. 2023

이제 오프라인은 미디어다

도쿄브랜드의 디테일은 상품진열이다[2016-2019]


음 이케야 카탈로그를 보았을 때는 놀라움을 잊지 못한다. 북유럽 스타일이 물씬 가득한 쇼룸들. 두툼한 책자. 전단지보다는 인테리어 잡지를 보는 듯한 즐거움. 이케아 가구에 반하기 전에, 책에서 선보이는 스타일 자체가 너무나 멋졌다. 그 당시에는 이케아가 아직 한국에 매장을 만들지 않았다. 이케아가 한국에 들어오면 꼭 가고 싶었다. 운 좋게도 홍콩에서 이케아 매장에 가보게 되었다. 코즈웨이베이 매장이었다. 처음으로 본 이케아 제품은 잡지와 카탈로그와 별 차이가 없었다. 쇼룸도 마찬가지였다.

그 후 뉴욕에 갔을 때, 페리를 타고 이케아 브루클린 매장에 갔다. 처음으로 가본 창고형 매장이었다. 도심형 매장인 홍콩 코즈웨이베이매장과는 전혀 달랐다. 쇼룸은 더 멋졌다. 홍콩에서 본건 일부였다. 홍콩 이케아와 미국 이케아매장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 먼저 놀랐다. 무엇보다 카탈로그북에 과장이 매우 적다는 사실에 놀랐다. 카탈로그 잡지와 매장의 결이 동일했다. 충격이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이케아야 말고 ‘공간이 브랜드’라는 점을 10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거의 모든 물건구매가 온라인으로 가능해졌다. 리테일에 강점을 두던 공간들은 그 강점을 온라인. 이커머스들에게 모두 내주었다. 그 이전부터 온라인 계속해서 오프라인의 역할을 조금씩 가져갔지만 그 변화는 아주 점진적이었다. 코로나는 이 점진적인 변화를 급격하게 만들었다. 코로나 이후, 공간을 바라보는 방식은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적어도 코로나가 휩쓴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10년에 가까운 변화를 경험했는지 모른다.

지난 3월 현대자동차가 성수동에서 아이오닉 폐자재로 선보인 전시회

점차 오프라인에서 리테일의 기능이 사라지고, 오프라인은 무언가를 표현하는 곳으로 변했다. 특히 온라인 브랜드들이 오프라인공간으로 나오면서 온라인으로 담지 못한 브랜드감각을 오프라인으로 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무신사와 29CM다. 특히 무신사 같은 경우, 성수동에 전방위적으로 공간을 계속해서 만들고 있다. 성수동에서 무신사는 자신들의 브랜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성수동 4번 출구와 연결된 무신사테라스. 성수역 3번 출구 앞의 ‘EMPTY’. 무신사는 성수동에서 자신들의 편집력을 과감하게 보여주고 있다. 2022년에는 서울숲에서 무신사가 바라보는 패션에 대한 행사를 열기도 했다.


강남과 홍대에서 성공을 이룬 무신사스탠다드는 매장은 이제 무신사 본사가 있는 성수동에 올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한섬이 만든 EQL은 최근 성수동에 거대한 매장을 열었다. 내년에는 성수동에 KITH가 들어올 예정이다. 디올은 디올성수를 만들었고, 성수동의 랜드마크 중 하나가 되었다. 최근에는 버버리가 팝업매장을 열었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성수동에서 많은 크고 작은 브랜드들은 카페센느, 에스팩토리, 프로젝트랜드, 디플랫, 아모레성수, 베이식하우스, 플랏츠, 도어투성수등를 비롯한 많은 공간에서 팝업을 열고 있다. 적어도 매주 20개는 넘는 팝업이 성수동 구석구석에서 열리고 있다.


모든 브랜드들이 신제품부터, 브랜딩까지 성수동에서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이 공간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경험들은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모든 SNS에서 경험의 파편으로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전달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유기적으로 만나면서 공간은 ‘미디어’로 변했다. 이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브랜드만의 감각’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다.



이제 상품진열은 브랜드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전만 해도 상품진열은 그저 ‘상품을 놓은 방법’에 그쳤다.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상품을 놓는 방법은 브랜드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한걸음 더 진전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제 상품을 놓는 다양한 방법은 브랜드를 보다 아름답게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도쿄의 크고 작은 브랜드들은 이런 부분에서 참고할 부분이 많다. 일본이 겪은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한국도 비슷하게 따라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한국은 일본이 겪은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온라인이중심이 되는 사회와 맞물리면서 더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일본. 특히 그 수도인 도쿄의 상품진열은 한국브랜드들에게 보다 더 기민하게 공간브랜딩에 대처하는 방법. 수많은 답안지중 하나라도 볼 수 있다.



도쿄에 가면 언제나 상품진열과 포장 패키지 디자인을 유심히 본다. 일본인은 유독 아기자게하게 물건을 만든다. 정원도 분재도 세심하게 만드는 일본인. 물건자체도 세세하게 만든다. 이러한 경향은 디스플레이에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지난 글들에서는 2023년에 바라본 시점의 상품진열이었다. 이번에 알아볼 것들은 2019년. 코로나이전의 상품진열이다. 코로나 이전의 상품진열을 가지고 온 이유는 한 가지다. ‘변화하기 전의 관점’을 다시 바라보면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어떻게 변했는지를 알아가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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