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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Oct 25. 2023

도쿄브랜드들은 공간을 '면'으로 바라본다.


[이 글에서 다루는 시점은 2019년. 코로나 이전입니다. 추후 수정할 부분은 지속적으로 수정할 예정입니다.]

온라인과 다르게 오프라인은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 그만큼 효율적 공간 사용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렇다면 공간의 상품과 진열장을 포함한 모든 요소를 점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점을 한 곳을 모은 후에 이으면 선이 된다. 이 선을 다시 엮으면 면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면'은 단순히 보이는 걸 넘어 상품이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도구가 된다. 벽이 될 수도 있다. 안내문이 될 수도 있다. 상품진열장이 될 수도 있다. 면이 되는 순간 점처럼 흩어진 부분이 선명하게 보인다.'면'을 꼭 벽이라는 물리적인 부분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내가 마주치는 '무언가'가 모두 '면'이다. 그렇기에 제품과 제품을 전하는 내용들을 점으로 생각하자.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부터, 제품은 그 이전보다 더 브랜드로 대할 수 있다.



1. 쇼난 츠타야 티사이트

후지사와 SST에 위치한 쇼난 티 사이트는 후자사와 SST지역 내 모든 라이프스타일을 책임지고 있다. 쇼난 츠타야 티 사이트를 제외한 문화공간이 후지사와 SST에는 단 한 곳도 없다. 게다가 후자사와 SST에서 후지사와역으로 가려면 츠타야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도심으로 나가야 한다. 즉, 후지사와 SST안에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은 오직 쇼난 츠타야 티사이트뿐이다. 당연히 쇼난 티사이트는 공간을 최대한 알차게 사용할 수밖에 없다.

2019년 당시 다이칸야마 티 사이트는 애플 매장을 음반매장과 합쳤다. 쇼난 티 사이트에서도 마찬가지로 음반매장과 애플 매장을 합쳤다. 동시에 렌털 코너를 음반매장의 반대편에 마련해 효율적인 동선을 만들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사이트는 음악 라운지 때문에 통합한 면도 있다. 하지만 쇼난 티사이트 같은 경우 풍성한 제안을 하기 위해서다. (현재 다이칸야마와 쇼난 티사이트 모두 츠타야 셰어라운지가 생겼다)


어떤 면에서 음향기기 매장과 애플 매장을 합치는 건 다소 의아할 수도 있다. "왜? 애플과 음향기기 매장을 같이 사용할까? “ 일단 전 세계 스트리밍 시장을 살펴보자. 애플뮤직은 스포티파이에 이어 글로벌 2위다. 이미 애플이 음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일본 역시 세계 2위 규모를 자랑하는 음반 강국이다. 아이폰의 일본 점유율 1위이다. 애플 이어 팟은 이미 음악을 넘어서 라이프스타일이 된 지 오래다. 그렇다면 음반매장과 애플 매장을 합치는 건 이상한 게 아니다. 오히려 라이프스타일을 점검하는 공간에 가깝다고 보는 게 낫다.

쇼난 티사이트의 상품진열은 다소 난잡하게 보이지만, 하지만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면 그 안에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이 물품들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지?"라는 관점에서 따라 상품진열을 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기획으로 만들어진 공간은 자연스럽게 효율적으로 변한다. 츠타야는 쇼난 티사이트에서 편집샵같이 멋스러운 진열보다는 집안 어느 곳에서 놓은 듯한 진열을 많이 했다.

이러한 츠타야의 모습은 기획을 후지사와 SST에 맞추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집에서 편집샵처럼 가구, 물건을 놓기보다는 잡다하게 놓고 사용한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건 '물건'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게 아니다. 그렇기에 공간은 언제나 ‘공간 그 자체’가 아니라, 공간에 대한 메시지보다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 존재함을 잊지 말자. 이러한 메시지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공간이 쇼난 츠타야 티사이트다.



2.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을 보자. 이곳에서 원두 카드는 접객, 디스플레이, 인테리어용으로 다양하게 사용한다. 원두 맛을 '점'으로 본다면? 점을 글로 묘사한 카드는 '맛'을 전하는 '면'으로 바뀐다. 소비자는 카드를 통해더 직관적으로 원두를 맛으로 판단할 수 있다. 스타벅스는 이렇게 원두 카드를 작은 ‘면’으로 바꾸고 그 면을 다시 모아 더 큰 '면'인 벽으로 만들어 브랜드 스토리를 구체화한다. 원두의 '점'적인 기능을 '면'으로 확대해 보니 공간을 새롭게 하는 도구로 변한 셈이다.



3. 로프트 긴자

긴자 로프트 내 화장품 코너는 제품기능이라는 '점'을 기술을 통해 '면'으로 확장했다. 사진처럼 거울에 설치한 아이패드를 보면 립스틱, 아이쉐도우, 볼 터치가 즉각적으로 얼굴에 반영되는 걸 볼 수 있다. 각도도 얼굴에 딱 맞는다. 아이패드 아래에서는 제품 가격, 색상을 곧바로 볼 수 있다. 이는 거울과 증강현실기술을 '화장품기능'과 합쳐 새로운 '면'으로 만든 셈이다.

조 나 카사카가 이끄는 스키마 건축사무소는 긴자 로프트에서 '면'과 '점'이 가진 기능을 상품진열과 픽토그램으로 활용해 로프트 공간 전체 인테리어와 녹아냈다. 색, 선, 점을 면으로 통합시킨 매장은 긴자 로프트만의 특징이다. 다른 로프트 매장처럼 긴자점도 노란색을 많이 사용한 건 동일하지만 매장 색 및 물건 매치는 다른 매장과 엄연히 다르다. 중립 색상인 회색을 공간전체에 사용했다. 여기에 노란색을 ‘행동’을 안내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계산 코너에는 노란색 픽토그램을 바닥에 붙였다.

회색바닥에 그려진 노란색을 따라가면 계산할 수 있다. 스키마 건축사무소는 각 층마다 설치된 미니맵도 직관적으로 만들었다.'일본 트렌드 1번가'라는 긴자를 생각해 본다면? 로프트가 긴자점 디자인에 공을 들인 이유도 수긍할 만한다. 이 역시도 '긴자'라는 '지역'을 큰 면으로 보았기에 가능하다. '일본 트렌드 1번가 긴자'라는 면이 가진 속성에 어떤 면을 만들까? 점을 '면'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항상 '관계'를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 면을 채울 점을 구성하기 위한 관찰은 필수다.


4. 디앤디파트먼트 디 뮤지엄.

디앤디파트먼트는 시부야에 위치한 디뮤지엄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하나의 주제 안에 각 물건들을 점으로 생각했다. 이 전시회에서 물건들을 놓는 각 테이블은 주제를 연결하는 ‘면’이다. 이를 통해 상품을 효율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 전시회에 참여한 디앤디파트먼트 직원들의 프로필은 하나의 오브제로 제작되어, 테이블에 배치했다. 이를 통해 각 구성원을 디앤디파트의 브랜드 일부로 소개했다.


5. 그 외.

다음은 미야시파크 공사당시에 설치된 공사장 벽이다. 시부야에서 하라주쿠로 넘어가는 길목에 설치된 공사벽그림을 그려서 분위기를 순환시켰다. 에비스에서 나카메구로역을 가는 내리막길에서는 경사가 진 내리막길을 공간을 고려해 각 면에 맞게 벽화를 그려 넣기도 했다. 만약 기존에 존재하는 걸 '재정의' 한다면 기존에 있던 모든 부분을 '점'으로 나누어서 특징을 분류하고 다시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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