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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Oct 02. 2023

도쿄편집샵인 시보네는 ‘감각’을 판매한다.

브랜드는 자신만의 감각을 사람들에게 전해야한다

시보네는 ‘감각’을 판매한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9년. 그 당시 한국은 츠타야서점으로부터 알려진 ‘맥락’이 중심인 라이프스타일 제안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많은 브랜드들이 츠타야방식을 따라 했다. 동시에 츠타야가 보여준 제안들이 ‘한국’에 맞게 변형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츠타야가 사람들에게 굉장한 영향을 주었던 이유는.‘공간을 느끼기 위해 서점에 간다’라는 사실 때문이었을 거다. 츠타야가 알려지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이 ‘서점은 책 보러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으니까.다이칸야마 츠타야 티사이트만 보기 위해서 다이칸야마에 와도 충분하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서점이라기보다는 거대한 ‘라운지’ 같았다. 실제로 침체된 다이칸야마지역은 츠타야가 생긴 이후 활기를 되찾았다. 


다이칸야마 티사이트에 대한 내 기억은 불과 몇일만에 긴자에서 깨진 걸로 기억한다. 아코메야,도버스트리트마켓, 로프트를 비롯한 도쿄의 웬만한 편집샵들도 다들 츠타야 같은 ‘기획’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울에서는 그리 신선했던 츠타야서점. 도쿄에서는 크게 신선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맥락’을 중심으로 한 기획이 흐름이 되어갈 때, 도쿄는 달랐다. 그렇다고 서울이 뒤쳐지는가? 아니었다. 단지 서울과 도쿄 간 물리적인 시간 차이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감각’의 차이였다.

2019년의 도쿄는 ‘맥락이 중심인 기획’에 스스로 비판을 가하고 있었다. 도쿄는 오히려 '맥락'이 중심인 라이프스타일제안을‘소비의 연장성’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책과 잡지를 이용해 이미지성을 더해 맥락을 강조한 기획을 한다고 해도? ‘그것’은 결국 소비다. “일부는 '맥락'이 기존 소비에서의 '프레임' 변화에 불과하다는 말하기도 했다. 날 선 시선이었다. 맥락중심의 기획에 대한 비판. 그 기저에는 ‘과연 제안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왜 해야 할까?’라는 고객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가 있었다.‘과연 제안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고민이 있었다.

4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번 물어보자. “제안은 무엇을 위해 존재할까?’ 감각’이다. 그 감각이 공간을 브랜드로 만들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고민’을 솔직하게 보여준 도쿄 편집샵이 ‘시보네’라고 생각한다. 서울에서는? 성수동의 카페 센느다. 시보네는 '맥락'을 사용하면서도 ’ 맥락’이 중심인 제안이 ‘소비의 연장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아오야마에서 보여주었다. 꾸밈이 없었다. 관점도 명확했다. 

시보네가 보여주는 VMD는 탁월했다. 상품진열마다 ‘이야기’ 혹은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시보레기 도쿄를 대표하는 ‘편집샵’ 중 한 곳이라는 말이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었다. 2023년에 다시 본 시보네 아오야마에서 시보네로 바꾸었다. 위치는 오모테산도로 옮겼다. 아오야마와 다르게 덴마크 가구브랜드인 ‘HAY’ 매장을 같이 사용하고 있었다. 2019년과 다르게 대부분의 기획을 쇼룸중심으로 바꾸었다.


시보네의 감각은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모기업인 웰컴그룹으로부터 나온다.

왼쪽은 투데이스스폐셜, 오른쪽은 시보네. 두 곳 모두 월컴기업산하 브랜드다.

시보네의 ‘유연함’은 ‘상품’에 대한 충부한 이해를 기반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으로 바꾼다.‘책’을 기반으로 ‘맥락’을 구축하는 츠타야와 전혀 다르다. 시보네는 모든 기획을 ‘상품’에 대한 이해와 상품과 상품이 만났을 때 ‘감도’에 집중한다. 이러한 시보네의 ‘감각’은 시보네를 운영하는 월컴그룹에서부터 시작한다.

시보네를 운영하는 월컴그룹은  ‘음식과 디자인을 중심으로 고품질의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회사다. 그들은 이것을 위해 여러 브랜드를 브랜드를 성장시켜 왔다. 특히, 자사 브랜드를 통해 얻은 경험을  기반으로 외부 프로젝트에도 적극활용하고 있다. 

월컴그룹의 경쟁력은 음식. 모든것과 연결되는 음식을 다루기 때문이다.

현재 월컴그룹이 보유한 F&B브랜드는 딘 앤 델루카 재팬, 도쿄 근교의 갓 짜낸 생유로 만드는 치즈 공방과 같이 운영하는 피자가게인 굿치즈 앤 굿피자, 가게에서 직접 증류한 진을 즐길 수 있는 증류소가 딸린 선술집&바인 도라도몬 증류소, 아시아요릿집 Dongxi,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아메리칸 이탈리아 식당인 TWELVE GARDENS BAR & GRILL, 카페 겸 바인 VALLEY PARK STAND, REVIVE KITCHEN THREE다.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으로는 GEORGE’S, 시보네, 투데이스스페셜, 커넥트, SOUVENIR FROM TOKYO(도쿄 신미술관의 뮤지엄숍), 웰컴마켓, HAY. 그 외에 ’TOKYO!!! 그란스타 도쿄’, sequence MIYASHITA PARK, 도라도몬요코초의 기획을 맡았다. 월컴그룹의 브랜드를 보면 ‘음식’ 브랜드가 압도적으로 많은 걸 알 수 있다.  ‘음식’은 모든 것과 연결되는 다리이기 때문이다. 시보네와 투데이스스페셜이 같은 그룹에서 운영하는 브랜드임에도 결이 극과 극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유연함이 발휘되기 때문이다.

공간이 경험을 위해 만들어지면 그 공간은 브랜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경험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브랜드만의 독점적 경험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특히 월컴그룹에서 운영하는 투데이스 스페셜과 시보네를 비교하자. 시보네의 감각은 ‘절제’에서 하나씩 나왔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시보네의 공간 브랜딩과 기획력이 뛰어남은 ‘유연함’에서 시작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시보네만의 감각을 표현하는 쇼룸


라이프스타일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걸 말한다. 대체로 라이프스타일 가게들 대부분 패션에 집중한다. 하지만 '밖'보다는 ‘집’을 더 선호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대두하면서, 옷은 더 이상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전유물'이라고 할 수 없게 되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재택근무가 자연스러워졌다.‘집’은  휴양지, 사무실, 휴식공간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했다. 그에 따라 '인테리어'수요도 변했다.

이케아는 라이프앳홈 보고서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집을 만드는 데 있어 전 세계 사람들은 ’ 물건’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한국 사람들은 내 정체성을 반영하는 집에서 나의 생활에 맞는 ‘공간’을 갖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물건과 공간을 통해 '취향과 의지'를 전하고자 했던 시보네가 쇼룸중심으로 바뀐 것은 당연한 일이다. 쇼룸은 공간 안에서 물건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선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부터 시보네는  다른 편집샵과 확연히 다른 점은 상품 진열이었다. 그들은 상품을 진열하는 동선이 철저히 사람 시선에 맞춘다. 좌에서 우', '위에서 아래'같이 상품을 보다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볼 수 있게 했다. 물건 배치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물건들이 가진 '맥락'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시보네에서 '이게 이렇게 연결되는구나!'를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모른다.

2019의 시보네는 쇼룸진열이 많지 않았다. 오히려 의류코너의 단독진열 비중이 강했다. 그러나 오모테산도 매장에서는 이 부분을 축소하거나 쇼룸과 통합시켰다. 코로나가 가져온 변화 때문이었다. 앞서 말한 대로 코로나기간 동안, 가장 많이 바뀐 개념은 집이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는 '집'그 자체를 사무실로 만들기를 강제했다.집을 이전보다 더욱 기능적으로 공간으로 바라보는 접근이 강해졌다. 동시에 집을 ‘휴식’을 보는 접근도 강해졌다. 이건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시보네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아오야마에서 오모테산도로 매장을 옮기면서 시보네 매장 디자인을 ‘쇼룸'중심으로 전면 개편했다.

오모테산도로 자리를 옮긴 시보네는 색, 질감, 자재 간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쇼룸을 만들었다. 이케아, 무인양품같이 가구를 통해 어떤 공간을 만든다는 느낌이 아니다. 파스텔색과 흰색셔츠를 같이 배치해 두 가지 색을 강렬하게 대비시켰다. 노출콘크리트와 파이프아인이 보이는 천장아래 책, 화분, 나무오브재들 천장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소재를 배치해 공간을 대비시켰다. ‘동선’까지 고려하면서 ‘죽은 공간’을 살린 셈이다. 아오야마시기와 비교하면 색사용이 훨씬 다채로워졌다. 쇼룸 간의 거리도 분명했다. ‘진열’이 강했던 2019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시보네는 곡선을 활용한 공간 디자인으로 유연함과 다양한 감각을 전한다. 특히 곡선조명을 중점적으로 활용했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원형 전등을 도입해 공간에 다채로운 느낌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부드러운 분위기는 색다른 느낌을 연출한다. 직선이 주를 이루는 환경에서 곡선은 공간에 변화를 가져오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시보네는 그것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시보네는 헤이매장과 붙어있음에도 그 결이 비슷하면서도 한 끗 다르다. 헤이는 실용적인 분위기를 만드는데 초점을 두어 공간을 만들었다. 이와 다르게 시보네는 쇼룸의 분위기를 만들고 이를 하나로 엮는데 집중한다.


선택과 집중은 공간의 결을 바꾼다.



시보네는 '선물'과 '지역성'으로 접근하던 도서 기획을 없앴다. 시보네 아오야마에서 시보네의 도서 기획은 입구 앞이다. 사람들이 일직선으로 가는 통로에 책을 비치해서 자연스럽게 책을 보도록 유도했다. 천천히 걸어가며 시선을 책에 두고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자칫 죽을 수도 있는 창가 쪽 통로에 책과 식물을 비치해 기획과 공간을 모두 살렸다. 특히 책을 소개할 때는 '선물'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어 책을 소개한다. 또한 아오야마 지역은 편집샵, 미술관등이 많은 곳이다. 아오야마에 오는 사람들은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많을지도 모르니 '디자인'과 '패션'에 집중해 책을 소개한다. 그러나 오모테산도로 매장을 옮기면서 이러한 방식을 모두 쇼룸형태로 통합시켰다.


우리 모두 각자 만의 공간을 갈망한다. 그 갈망은 ‘나만의’ 공간이라는 나만 독점할 수 있는 경험이 담겨있다. 그 순간은 언제 갑자기 다가올지 모른다. 그럴수록 모래에 흩어진 아이디어들을 나누고 모으면서 그 순간을 대비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자기가 추구하는 공간을 구체화하는 지점에 이르게 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오늘도 무엇인가 보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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