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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Feb 28. 2018

에비스맥주박물관: 제품을 문화로 소개하자.

에비스맥주가 제품을 서비스를 넘어 문화로 만드는 방법.



최근 학교 후배에게 책을 한 권 받았다.

페일을 좋아하는 잘생긴 후배 녀석.

'맥주 도감'이라는 일본 맥주 문화연구회에서 나온 책인데

맥주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이 아주 많았다.


나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산토리에서 나오는 호료요이라는 츄하이,

(과실 소주이다.도수는 3% 정도.이 호로요이 1캔이 내 주량이다.)

(뭐... 웃으세요.... 웃으셔도 되요..)


산토리에사 만드는 츄하이(과실소주) 호로요이, 출처: 산토리 홈페이지

JR에비스 역에 에비스 맥주 박물관이 있다는 걸 본 순간

'여기는 꼭 가야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꼭 가야겠다는 생각을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내린 이유는

에비스 맥주를 처음으로 맛본 일 때문이었다 

마트 시음행사는 시음 양도 적은 편이라서 대수롭지 않게 에비스 맥주 시음을 했다.

하지만 그 적은 양에서 에비스 맥주가 가진 깔끔한 맛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 깔끔함! 이어지는 보리 단맛을 전혀 잊을 수가 없었다.


에비스 맥주박물관은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에 있다.

JR에비스 역 동쪽 출구로 가면 '에비스 스카이워크'를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와 연결된다.

 

맥주 1캔도 제대로 못 마시는 내가 에비스 맥주박물관을 향해 걸어가며

"오호! 에비스! 에비스! 에비스 먹어보는 거야! 좋아! 에비스 가즈아~"

라면서 소심하게 외쳤다. 이유모를 뿌듯함.

한 걸음씩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이 조금은 웃겼다.

에비스 스카이 워크를 지나면 바로 나오는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나는 커다란 빌딩이 있는 곳으로 생각을 했다.

내 기대와는 다르게 넓은 땅안에 여러 빌딩들이 느긋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도쿄에서 드물게 여유가 있는 공간이라서 조금 놀랐다.

이 광장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에비스 맥주박물관이 나온다.

에비스 맥주 박물관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기에

전 세계 맥주에 대한 박물관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정확하게는 '에비스맥주'박물관.

이름을 보면 '뮤지움 오브 에비스 맥주'이다.

그러니까 에비스 맥주박물관이 아니라 에비스 맥주 박물관이다.

'에비스 맥주'만 이야기하는 곳이다.

에비스 맥주는 삿포로 맥주 산하에 있어서

에비스가든 플레이스에는 삿포로 맥주 건물도 있다.

에비스맥주 박물관 입구이시다.

'맥주! 맥주! 맥주! 를 외치면서 들어가자'

양조장에사 아용한 발효탱크가 눈앞에 펼쳐진다.

맥주박물관이라기보다는 에비스 맥주 역사기념관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좋다.

에비스 맥주 박물관이기에 맥주의 역사를 망라한 곳이 결코 아니다.

이곳에서는 에비스 맥주 역사에 대해만 이야기한다.

에비스 맥주 2잔 시음이 포함된 유료 투어도 있지만 일본어를 아주 잘하는 이들에게만 유용하다.

100년이 넘는 에비스맥주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에비스 비어홀의 미니어쳐
시대마다 변한 에비스 맥주병의 디자인. 세계2차대전 당시에는 일본 모든 맥주회사 브랜드는 모두 맥주로 통일해서 전시 물품으로 공급됐다..
100년이 넘는 에비스맥주를 설명하는 이 모습이 무척 부러웠다.


에비스 맥주의 역사를 시대순으로 설명을 한다.

1900년 파리박람회에서 금상을 받을 만큼 맛있다면서,

그 맛을 10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고  말하는 모습은 자랑스러움은 둘째치고 무엇보다 진지했다.

자고로 사람은 자부심이 있으면 당연하게 자랑스러움과 기쁨이 넘치는 법이다.

무엇보다 부러웠던 모습은 맥주를 만드는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그 자부심 때문이었을까? 투어를 맡은 직원의 목소리는 무척 컸다.

자신들이 만드는 맥주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모습. 일본맥주 문화를 만들어가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우리나라 맥주 문화는 어떤가?

우리나라는 맥주에 대해서 진지한가? 맥주에 대한 고민이 있는가?

에비스 맥주 박물관을 보면서 우리나라 맥주업체들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맥주업체들은 소매용과 도매용으로

맥주로 돈을 버는 일에만 몰두하는 느낌이 강하다.

그 어떤 맥주업체들이 식문화 발전에 기여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우리나라 맥주는 오줌같이 맛이 없다고 하니,

맛없는 맥주와 궁합이 좋은 음식을 찾는 일이 더 힘들것이다.


적어도 우리나라 크래프트 맥주업체들은 맥주를 제대로 만드려고 노력한다.

맥주를 만드는 정신 수준은 크래프트 맥주업체보다 

낮은 게 한국 대형 맥주업체들의 실상이다.


사람들은 더 다양한 진짜 맥주를 먹기 원한다.

수입맥주시장이 과거보다 더 커진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일 거다.

고든 램지가 맛있다고 광고하는 맥주를 보면서

사람들이 '고든 램지의 자본주의 미소 오지고요~'하고 씁쓸하게 웃는다.

아무리 스타 셰프 고든 램지가 맛있다고 해도,

우리는 그 맥주가 맛없다는 사실을 안다.

우리나라맥주는 진정성이 결여되어있다. 


우리나라 맥주 광고를 보면서

"하긴! 저 맥주는 정말 멋있어, 부정할 수가 없다니까!"

라고 말하는 순간이 오는 순간은 올까?


참으로 씁쓸한 일이다.김치는 두유 노우 김치?라고 하면서 

이야기 하지만 정작 한국 맥주는 새로운 특색이 없다.

한국 맥주는 소주와 같이 먹으면 맛있다고 이야기하는 일은

좋게 말하면 한국만의 문화이지만 어떻게 보면 부끄러운 일이다.


맥주뿐만 아니라 맥주에 관한 물건들도 판매한다.

술을 단순하게 판매하는 물건으로 보는 우리나라 주류 시장.

술이 만드는 매출 속에 정작 중요한 문화는 돈에 묻혀버렸다.

최근 들어 다양한 맥주들을 가게마다 소개하고 있지만

수년 전만 해도 가게들은 국산 맥주밖에 찾아볼 수 없었다.


돈에 문화가 묻혀버리면 올바른 문화가 정착하기 힘들다.

돈에 묻어버려 보이지 않는 문화를 찾아내는 일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 몫이다.

누군가 도쿄는 항상 우리를 앞서간다고 한다.

도쿄에 과서 서울을 보면 참신하게 노력하는

서울에 사는 젊은이들의 정신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몇 년 전 마트를 떠올려보자. 그곳에 있던 맥주는 대부분 국산 맥주였다.

지금은 수입맥주 코너가 국산 맥주 코너보다 더 크다.


에비스 맥주박물관에서 맥주 시음을 하면서

'왜 우리나라는 이러한 곳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료 시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맥주를 마신다.

그 얼굴에는 다들 기쁨이 넘쳐난다. 

제대로 만든 맛있는 맥주가 있는 곳에는 사람이 많다.비단 맥주만의 일이 아니다.

에비스 맥주박물관의 하이라이트다.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이기도 하다.

바로 에비스 맥주를 시음할 수 있는 곳이다.

에비스 직원들이 웃음을 지으며 직접 생 에비스 맥주를 따라준다.

시음은 자판기에서 에비스 코인을 구입한 후에 맥주 및 안주세트와 교환하는 방식이다.

(20세 미만은 시음 불가이며 직원들이 주문 전에 신분증 검사를 한다.

일본 내국인은 신분증을 제출해야 하고 외국인 여권

혹은 국제면허증 등 신분을 증명해야 한다.)

1000엔을 넣으니 에비스코인2개와 200엔이 거스름돈으로 나온다.
무려 7가지 종류의 에비스 맥주.(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


에비스 코인으로 구매 가능한 메뉴다. 

한정판인 에비스X조엘 로뷰숑과 돼지고기 타르틴

한정 메뉴인 에비스 X 조엘 로뷰숑과 돼지고기 테린.(에비스 코인 2개, 800엔이다.)

(2018년 9월에 이곳을 다시 방문했을시에는 조엘로부숑과 협업맥주는 판매 종료했다.  

조엘로부숑 쉐프 사후라 계약은 자동으로 종료된듯 싶었다.) 

맥주는 주문 즉시 직원이 맥주를 담아주기 때문에 바로 첫 한 모금을 마시게 된다.

캔으로 사 먹는 맥주와는 전혀 다른 부드러운 거품이 입가에 웃음과 함께 머문다.


에비스맥주를 생산하는 곳은 삿포로맥주


돼지고기 테린과 맥주를 세트로

구성한 에비스의 기획은 참신하거나 새로운 기획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맥주에 대한 자부심

어떻게 보면 평이한 맥주박물관이지만

비싼 도쿄 땅에 이렇게 맥주박물관을 짓고

자신들의 역사를 알리고자 하는 노력은 보기 좋았다.

맥주회사가 할 수 있는 가장 맥주회사다운 모습이라서 더더욱 좋았다.




맥주는 사람들에게 문화가 되고 있는데 기존 맥주업체들은 상품으로만 본다.

맥주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자 되어간다

반면에 기존 맥주업체들은 이러한 변화를 포착하려고 들지도 않는다.

아무리 브랜딩을 새롭게 한들 본질이 변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오히려 에비스는 100년을 넘은 자신들의 맥주가 사람들 문화로 

녹아내리게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상을 받았다.



2018년 1월 도쿄여정에서는 에비스맥주박물관의 맥주를 다 마셔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하지만 9월에는 에비스 맥주 박물관에 있는 모든 맥주를 다 마셨다.

이 이야기의 2편은 곧 선보이리라!


(계속)


이런 분들에게 권합니다.

1. 맥주를 좋아하시는 분.

이미 에비스를 아실 겁니다.

주저하지 마시고 도쿄에 가시면

가장 먼저 가세요!

시원한 맥! 주! 가 당신을 기다립니다.


2. 브랜딩에 관심이 많은 분.

에비스 맥주 박물관은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세련되고 혁신적인 브랜딩 모습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에비스 맥주 박물관에는

브랜딩의 중심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분명한 시작점'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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