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인간은 원래 속물이다.

by 밍기

사람은 원래 악하다. 사회화를 통해 자신의 악함을 가리거나 통제하며 살아가지만 당장 피해를 보거나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는 인간 본연의 악함이 쉽게 튀어나오곤 한다. 물론 이런 사회화도 제대로 되지 않아 인내력과 절제력이 부족한 사람이면 더 쉽게 자신의 본능을 드러낸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이기적인 사람이다. 손해는 보기 싫으면서 이득은 얻고 싶어한다. 이런 나를 최대한 숨기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내 이기적임을 느낄 것이다. 내가 당신들의 악함을 파악하듯이. 내게 좀 더 여유가 있다면 적당한 손해는 감수하고 사소한 이해에 집착하지 않을 것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내 이기적임에 대한 대답은 좀 더 여유를 가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손해와 이득의 수준은 늘 일정하지 않으니 내가 아무리 많은 걸 가지더라도 결국 내 본질은 이기적인 사람일 수 밖에 없다.


똑같은 논리로 내가 상대하는 모든 사람들도 악한 사람일 것이다. 심지어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아끼는 친구, 존경하는 동료, 그 밖의 모든 사람들도 이기적일 것이다. 그나마 관계의 거리를 조절하면서 자신의 긍정적인 모습을 더 많이 드러내고 자신의 악함은 가릴 수 있겠지만, 가까워질수록 자신의 본질을 가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 아픈 상처는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받는 경우가 많은 것이고.


내가 악한 사람이니 당신의 악함을 비난 할 수 없다. 내가 이기적인 사람이니 당신의 이기적임도 비난할 수 없다. 너도 나도 모두 속물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을 것이고, 나도 나의 옹졸함을 가리기 위해 과하게 애쓰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사람에 대한 기대를 간직할 것이다. 순례길을 걸으며 낯선 나에게 베푸는 사람들의 호의가 대가를 바라고 베푸는 가식적인 도움이 아니듯, 사람은 악하지만 동시에 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너무 많은 기대는 곧 실망으로 이어지기 쉽상이니 우리의 속물적인 근성 또한 늘 염두해 두어야 한다.

순례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호의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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