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거 아버지가 그렇게 때리더나?
지난 주말, 아이들을 데리고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를 보고 왔다. 애들을 집에 넣고 잠시 옷을 갈아입는 순간, 탁!탁! 아이들을 때리는 소리. 6살, 7살난 아이들의 머리를 남편이 때렸다. 남편이 말하는 이유는 자기를 아프게 했단다. 아이들은 집에 오자마자 아빠가 반가워서, 소파에 누워있는 아빠에게 장난을 쳤을텐데 그렇게 때릴 일인가.
“때릴거면 엉덩이를 때려야지, 왜 머리를 때리노! 니는 아버지가 그렇게 때리더나?”
그랬더니 둘째의 엉덩이를 막 때린다.
남편의 존재는 무엇일까.
결혼 후 어느샌가 육아와 일상이 오롯이 내 몫이 됐다. (그는 다르게 이야기할 수 있겠다만)
남편이 ‘쓸모있다’고 느끼는 건 일년 중 열흘정도다. 명절 운전을 포함해서 말이다. 그런데 우리집만 그런가... 하고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집집마다 남편이라는 족속들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어느 집은 부인은 재테크에 관심있으나 남편이 집사는데 반대해서 스트레스, 어떤 집은 남편이 술마시는 걸 좋아해서 스트레스, 어떤집은 남편이 너무 꼼꼼하게 따져서 스트레스... 남편들이 하는 양상의 차이는 있겠으나, 부인이 겪는 괴로움의 총량을 따져본다면 비슷하다. 인스타그램을 찾아보니, 외국 사람들도 남편의 ‘무쓸모’를 이야기하는 콘텐츠가 넘쳐난다.
그런데 다들 어떻게 결혼을 유지하는 걸까.
친한 친구가 말했다. 이 고비를 견딜 수 있으면, 같이 사는 거고... 못 넘기면 헤어지는 거라고.
아이들과 대출을 생각하면 아직은 견딜만 한 것 같다.
참아야겠다.
토요일 오전, 아이들을 미술학원 수업에 넣어놓고 엄마들이 모였다. 남편의 무쓸모를 넘어 어떻게 이렇게 살아왔는지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이 모든일의 원인제공자는 시.어.머.니!
"어머니, 어떻게 아들을 이렇게 키우셨어요?"
생각만 한 사람부터 실제로 시어머니에게 이야기한 친구까지. 모두의 마음이 단결됐다. 도대체 어떻게 아들을 이렇게 키운걸까. 하지만 건강을 위해 아침마다 사과를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언니의 말에 우린 모두 빵터졌다.
“철수야. 아침마다 사과를 먹는 게 중요해. 나중에 니 와이프한테 사과 꼭 깎아달라고 해!”
라는 당부.
우리도 나중에 이런 시어머니가 될까.
미안하다. 미래의 며느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