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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광 Mar 29. 2024

엄마어 통역사

깨달은 하루

"청소해라"

"정리해라"

"빨리 먹어라"

"챙겨라"

"일어나라"

"제자리 똑바로 놓아라"

"그러지 마라"

"정신 차려라"



엄마는 나만 보면 기다렸다는 듯이 잔소리를 쏟아낸다.

하루라도 잔소리를 듣지 않은 날은

엄마를 만나지 않은 날이다. (심한 경우, 랜선 잔소리를 듣기도 한다.)



엄마는 좋은데, 엄마의 잔소리는 왜 좋지 않을까?

말 안해도 하려고 했는데 왜 늘 항상 엄마는 나보다 먼저 말할까?

사실 이래라, 저래라 하는 말이 좋게만 들리지는 않았다.



"나도 알아."

"하려고 했어."

"잠깐 깜빡한 거야."

"내버려둬."

"내가 알아서 할게."

"신경쓰지마."

"몰랐어."



내용의 속뜻을 보면 좋은데 말을 들으면 좋은 소리인 줄 모르겠다.

그런 말들이 대게 있다. 사랑을 담았지만 옳지만 왠지 듣기 싫은 그런 말 말이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게, 나이가 들면서 잔소리가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다.

분명 똑같은 잔소리인데.

말에 담긴 의미가 더 들린다.

나를 짜증나게 하거나, 내가 스스로 하지 못하게 하거나, 내가 하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가 아니라,

내가 혼자가 되어 스스로 하게 될 때를 대비해서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말이었다.

엄마가 없이도 말이다.

엄마의 한숨은 그 걱정일지도.



예전에는 와닿지 않았는데

혼자의 공간이 생기고, 곧 같이 살지 않게 될 때가 다가오니

더 더욱 엄마 마음이 이해가 된다.

물론 이해가 되면서도 가끔은 별개로 또 잔소리에 귀를 막기도 하지만 분명 안다.

엄마의 잔소리에 담긴 사랑을.

엄마의 마음을 느낀다.

그런 마음을 아는 나는 엄마어를 통역한다.

엄마어를 번역하면 사랑이라는 걸 안다.



걱정된다고? 걱정마. 안쓰럽다고? 괜찮아.  사랑한다고? 알았어. 나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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