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누군가와 함께 맛있는 걸 먹고, 좋은 곳을 가고, 재미난 이야기를 하며, 서로 웃고 행복하고 싶었다.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좋은 일로 상쇄될 줄 알았다.
막상 결혼을 결심하고 보니 결혼은 그런 게 아니었다.
평생 누군가와 함께 맛없는 것도 먹고, 힘든 곳을 가고, 재미없고 하기 싫은 이야기를 하며, 서로 화를 내고 얼굴을 붉혀도 그 사람과 매일을 마주해야 하는 것이다. 즐거운 일만큼 짜증나는 일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결혼준비는 신혼집, 상견례, 결혼식장, 스튜디오 촬영, 메이크업, 드레스, 각종 예약으로 정말 크고 작은 일들을 결정하는 일들이었다. '이런 것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하는 것들까지 말이다. 처음에는 그저 결혼식 30분을 위해서 이 모든 걸 해야한다니 조금 허무하면서도 이게 정말 맞는 일일까 생각했다. 왜 사람들이 결혼식을 하지 않고 사는지도 너무 이해가 됐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결혼준비가 없다면 나와 상대방의 다른점을 이토록이나 알 수 있었을까. 하나를 고르고 판단하는 기준이 너무도 다르고, 과정이나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도 너무도 달랐다. 평생을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이 이토록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는 끔찍한 충격을 겪고나면 무엇보다 큰 산이 기다린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다고?' 내가 알고 있던 나와 전혀 다른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내가 이렇게나 이기적이고, 계산적이고, 못됐고, 나 중심적이며, 시야가 좁고, 내려놓지 못하며, 속이 좁은 사람이었다니. 내가 정말 누군가와 함께 살 수 있는 사람인건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에 도달한다.
점점 자기를 들여다보며 행복한 결혼보다는 내가 정말 결혼에 적합한지, 이 사람과 내가 그리는 결혼이 비슷한건지 여러 부정적인 생각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아무리 긍정적인 사람이라도 결혼이라는 단어가 앞에 붙으면 너무도 깐깐해지고, 꼼꼼해지고, 예민해지고, 까탈스러워진다. 내 인생을 거는 거니까.
행복하기 위한 결혼 과정에서 점점 불행한 시간이 늘어난다. 내가 원하는대로 되지 않고, 여러 사람을 생각하고, 현실에 부딪히며, 일어나지 않을 걱정과 불안들로 나를 뒤덮는 고통스러운 시간들.. 이 시간이 계속 쌓일수록 점점 지쳐가게 되었다.
더 이상 이러면 안되겠다. 이렇게 피곤한 채로 모든 것들이 진행되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럴수록 내게 필요한 건 나를 위한 시간이 아닐까. 아이러니하게 나를 위한 시간이 없는 이 상황에서 제일 필요한 건 나를 위한 시간인 거다.
행복한 함께를 위해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매일 1시간 무조건 나를 위한 시간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를 위해서. 내 스스로 가지는 시간을 통해 더 좋은 생각을 하고, 더 나은 결정과 더 나은 미래를 계획하기 위해 연료를 가득 채워야겠다. 더더욱 나를 돌아보며 다시 본질로 돌아가야겠다. 오늘의 글은 우리를 위해 시작된 생각에서 결국 나로 돌아오는 이야기였다. 우리가 되어도 '나'라는 각자가 언제나 분리되고 결합될 수 있기를 바라며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즐겨보는 기록을 남겨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