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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Jul 03. 2022

나는 왜 친분도 없는 사람 앞에서 눈물을 흘렸을까

뜻밖의 위로


 뜻밖의 장소에서, 예상치 못한 사람에게 위로를 받았다. 


별다른 질문이 아니었다. 단지 과거 나에 대한 물음이었다. 그 물음에 답을 하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 나왔다. 이유 모를 눈물로 당황스러웠지만, 내뱉는 말을 멈출 수는 없었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하면서 그간 어느 부분에 서운한 감정과 상처를 감춰 두었는지 깨달았다. 회복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겨내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자기 방어를 하며 보이지 않게 꾹꾹 눌러 담아두었던 것뿐.  

   

나는 왜 개인적인 친분도 없는 사람과의 두 번째 만남에서, 눈물 콧물을 흘리며 나의 옛이야기를 쏟아내었을까. 지금껏 그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보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다.

 

상대가 한 일이라고는 간단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나의 재미없는 답변을 경청했을 뿐이다. 


경. 청. 이 부분이다. 

근 몇 년간 타인에게 나의 이야기를 하거나,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경청해 준 사실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얼마나 스스로를 보살피지 않았던 것인가. 왜 돌아보고, 보듬어 주고, 아껴주지 않았을까. 괜찮지 않은데, 시간이 많이 지난 일이라 괜찮아진 줄 알았다. 나의 몸과 마음은 상처에 만성이 되어 아픈 줄 몰랐다. 

     

나와 눈을 마주치고, 목소리에 집중하고, 감정을 공감하는 태도에 마음이 열렸는지도 모른다. 상대는 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았지만, 나는 큰 위로를 받았다. 실제로 눈물을 쏟아낸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마음이 후련하고 악몽 같았던 예전의 감정이 말끔히 정화된 듯했다. 오래 묵은 상처는 흐르는 눈물에 가벼운 티끌처럼 씻겨 나갔다. 


뜻하지 않게 상대는 나를 위로해 주었고, 나는 위로받았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몸이 아파서 병원에 오래 입원했던 적이 있다. 물도 토해내던 때였는데, 어느 정도 회복이 된 후 어렸을 적 옆집에 사시던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병문안을 오셨다. 음식 솜씨가 좋은 아주머니는 내가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는 소식을 들으셨는지 이것저것 몸에 좋은 음식을 싸 오셨다. 먹고 기운 내라며. 병원 밥 대신 아주머니가 차려주신 밥상을 받고 정말 감사했지만, 넘어가지 않아 먹을 수가 없었다. 차려진 밥상을 멍하니 바라만 보는 나를 보고, 별말씀 없이 계시던 아저씨가 수저를 드셨다. 나와 마주 보고 앉아 식사하기 시작하셨는데, 말 한마디 없이 어찌나 맛있게 드시던지 입맛이 돌기 시작했다. 와…. 김치를 저렇게 맛있게 먹을 수도 있는 거구나. 나도 먹어볼까. 하지만 꺼끌꺼끌하고 쓴 입맛 때문에 한 입도 먹지 못했다. 다만 밥을 조금이라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스럽게 드시는 아저씨를 보고 엄마가 아주머니께 물으셨다.

- 아저씨 식사 안 하셨어?

- 아이고~ 밥 한솥 먹고 왔어요. 형님~     

아저씨는 부른 배를 퉁퉁 치며 빙긋 웃어 보이셨다. 


음식을 먹지 못하는 나에게 아저씨는 아저씨만의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보낸 거다. 이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데, 너도 먹어봐. 잘 먹어야 얼른 낫지.







 위로는 말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때론 말보다 행동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다. 여기서 질문 하나가 머릿속에 깜빡인다. 

‘나는 타인에게 위로가 되어준 적이 있는가.’


나는 위로에 서툰 사람이다. 위로가 필요한 상대를 만났을 때, 어떠한 말을 건네야 할지 몰라 허둥대다 타이밍을 놓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나도 행동으로 하는 위로는 제법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진심만 있다면 말이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눈을 마주 보고,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토닥이면서.

우리는 어쩌면 작은 행동으로 뜻밖의 큰 위로를 건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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