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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Jul 31. 2022

글태기가 왔다

권태기도 겪어보지 않았는데, 왜 온 거냐.


 뭘 쓰지. 아... 쓸 게 없는데. 흰 화면의 깜빡이는 커서만 30분째 노려보고 있다. 생각하려 하면 머리가 멍해진다. 심지어 노트북 전원 버튼 누르기도 귀찮다.


글태기가 왔다.




연애 6년, 결혼 9년 차인 부부 사이에도 권태기가 오지 않았는데, 고작 100일 글 쓰고 글태기가 온 거다. 짧게 끝날 줄 알았던 글태기는 반년이라는 시간을 넘어서고 있다. 대단한 글을 쓰는 작가도 아니면서 글태기에 관해 논한다는 자체가 민망하긴 하지만, 부족하더라도 글쓰기를 지속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에 글태기도 겪어보는 게 아닌가 싶다.  

   

글태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보면 여러 가지가 있다. 새로운 활동을 해본다던가, 일정 기간 글을 아예 쓰지 않아 본다던가, 다른 이들과 함께 글을 쓴다던가, 매일 한 줄씩이라도 꾸준히 써본다던가. 사람에 따라 본인에게 효과적인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


반년 동안 글을 쓰지 않았지만 여전히 쓰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 허송세월만 보냈고, 글쓰기 모임에 들어가 글을 써보기도 했지만 기한에 맞춰 억지로 쥐어 짜내는 글은 재미있지 않았다. 새로운 활동을 하는 것과 매일 짧은 글 쓰기는 환경 탓을 하는 가당찮은 핑계와 게으름에 밀려 오래가지 못했다.     







글태기의 원인을 살펴보았다. 


첫 번째로 그동안 글을 쓰고 싶어서 쓴 것보다는 써야 한다고 생각해서 썼다. 글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매일 써야 한다는 말을 듣고 일단 엉덩이 붙이고 앉아 쓰면 어떻게든 될 줄 알았던 거다. 하지만 그렇게 쓴 글은 중구난방 속에 알맹이가 없는 빈껍데기다.


두 번째로 나는 나를 잘 모른다. 무엇을 원하는지, 잘하는 것은 무엇이고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본인의 이야기를 쓸 수는 없다. 


세 번째로 간간이 배어 나오는 회의감이다. 글쓰기의 목적이 무엇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고, 많은 이들이 읽지 않는 글을 쓰는 거에 대한 무의미함이랄까. 쓰고 난 후 낮은 조회수를 의식하게 되면서 자신감이 뚝뚝 떨어지기도 한다.     



자, 이제 문제를 알았으니 해결하면 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생각한 대로 실천하는 사람이었다면 이런 고민도 하지 않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오력으로 위의 문제가 해결이 되면 글태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확신이 없다. 하지만 최소 내가 쓰고 싶은 글의 방향은 정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글태기든 권태기든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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