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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Aug 01. 2022

즐거운 여름방학 우리 집은 아웅다웅 피크타임


- 내 거야!

- 내 거라니까! 내놔!

- 으아아앙~ 시러! 내꺼야아~!

- 으아아아악~~~!!!


 즐거운 여름 방학. 화목한 우리 집. 아이 둘이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진 만큼 다툼도 잦아졌다. 

전쟁은 주로 누나가 갖고 노는 것을 청개구리 5살이 빼앗으며 시작된다. 각자 잘 놀고 있다가도 누나가 갖고 노는 게 더 재미있어 보이는지 힘으로 빼앗으려 한다. 무턱대고 빼앗으려 하는 아이와 빼앗기지 않으려는 아이가 뒤엉켜 비명과 울음소리가 난무한다. 엄마를 찾으며 ‘내가 제일 억울하다’를 시전 하는 아이들 틈에서 머리가 아파오고 귀에서 피가 나는 듯하다.

     



별거 아닌 걸로 저리 다투다니 에너지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나와 동생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우리 아이들과 같이 나와 남동생도 네 살 터울이다. 네 살 터울이 싸울 일이 뭐가 있겠냐지만, 엄청 싸웠다. 정말 피 터지게 싸웠다. 대체 왜 싸웠던 건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밥먹듯이 싸웠다. 다툼이 사라진건 내가 중학생이 되어 얼굴 마주칠 기회가 적어지면서부터다. 서로 관심을 두지 않고 마주치지 않으니 자연스레 그리된 것이다. 둘 다 각자의 가정을 이루고 엄마와 아빠가 된 지금은 사이가 좋다. 자주 연락하지는 않지만, 만나면 밤새 어울려 논다. 우리는 왜 그렇게 원수처럼 싸웠던 걸까. 서로 기억나지 않은 옛일을 꺼내어 맞추어 보지만, 끝내 떠올리지 못하고 그땐 그냥 그랬었나 보다 하고 웃어넘긴다. 그래, 지금 사이가 좋으면 됐지 뭐.  



   

내 아이들의 작은 전쟁도 언젠가는 허무하게 끝나는 날이 있을 거다. 둘이 죽이 잘 맞아 깔깔거리며 신나게 놀다가도, 울면서 다투다가, 다시 끌어안고 웃어대는 아이들을 보면 그러하리라 짐작할 수 있다.




너무 싸우는 아이들 틈에서 에너지가 바닥남을 느끼며 큰아이에게 말했다.

- 우리 동생 할머니네 보낼까? OO이 짐 싸자!

그 말을 들은 큰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안된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 왜. 매일 싸우는데, 떨어져 있는 게 낫지. 동생 보내자. 

이 말에 눈물 콧물 흘리며 "안돼. 안돼."를 연발한다.


그러고 보면 동생을 보호하거나 챙겨야 할 때는 듬직하게 행동하는 편이다. 내가 바쁠 때 옷을 대신 입혀주기도 하고, 화장실에 데려다 주기도 하며, 생떼 부리는 동생을 엄마가 나 몰라라 하면 대신 달래주기도 한다. 5살 청개구리는 아직 누나처럼 생각하고 행동하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와 동생처럼 이 아이들도 시간이 흐르면 다투지 않고 서로 많이 챙겨줄 거라 믿는다.  



   

방학을 맞아 피크인 ‘싸우다 놀다 하는 아이들’ 틈에 끼어 영혼이 탈탈 털리는 엄마들 모두 기운 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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