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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Nov 12. 2023

우리의 꿈은

모든 꿈은 찬란하지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다가 ‘꿈’ 이야기가 나왔다. 어쩌다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각자의 꿈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했다. 으레 그렇듯 ‘꿈’이라 하면, 사람들은 직업을 이야기한다. 미래의 직업. ‘나는 이런 일을 하며 먹고살 거예요.’ 하는 그런 것 말이다. 그건 어린아이도 마찬가지다. 

뿌릉이의 꿈은 분기마다 바뀌고 있다. 정비사, 피겨스케이트 선수, 요리사를 거쳐 고양이 카페 사장까지. 안타깝지만 얼마 전 고양이 카페를 다녀온 후, 눈이 가렵고 붓는 뿌릉이에게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다는 절망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고양이를 사랑하는 내가 그럴 리 없다.’며 현실을 부정하던 아이는, 고양이 카페를 한 번 더 다녀와 눈이 시뻘겋게 붓고 나서야 고양이와 함께할 수 없음을 인정했다. 그리곤 자신의 새로운 꿈인 ‘공예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꿈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으나, 자유롭게 자신의 세계를 유영하는 아이를 응원했다.   

  


 누나의 꿈 이야기를 듣던 밤톨이는 자신도 꿈이 있다며 큰 소리로 흥분해 말했다.

“나는! 나는! 대머리가 될 거야!”

“뭐? 대머리?”

밤톨이의 말을 들은 나와 뿌릉이는 잠시 눈을 마주쳤다가 큭큭 웃어댔다.

“대머리가 왜 되고 싶은 거야?”

밤톨이는 처음의 패기와 상반되게 수줍은 듯 말했다.

“사람들이… 대머리를 보면 웃자나.”

“사람들을 웃기고 싶은 거야?”

“응.”

사람을 웃기는 데는 너의 머리카락을 희생하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말은 뒤로하고, 밤톨이의 꿈을 응원해 주었다. 그래도 예전에는 파키케팔로사우루스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이제 사람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장하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파키케팔로사우루스는 머리뼈가 볼록 솟아 올라와 그것을 무기로 한다. 때문에 우리는 박치기 공룡이라고도 불렀는데, 그 모습이 꼭 대머리 같다. 아…. 이제야 퍼즐이 맞춰진다. 보통 아이들이 좋아하는 힘이 쎈 티라노사우루스가 아닌 파키케팔로사우루스를 사랑하는 이유를. 처음부터 끝까지 너는 대머리를 동경했구나.    


  

 나의 꿈은 뭐였지. 분명 20년 전까지는 어떠한 직업을 갖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이제는 어떻게 살아갈까에 대해 생각해 본다. 마지막으로 나의 꿈을 묻는 아이들을 향해 잠시 고민 후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의 꿈은. 실컷 놀고먹으면서 좁쌀만큼도 자책감을 느끼지 않는 삶이야.”

이에 뿌릉이가 설핏 웃으며 고개를 갸웃한다.

“지금도 그렇잖아?”

그에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니야. 아직 부족해. 그 경지는 아무나 갈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이로써 나의 꿈은 해탈의 경지와 비견할 법한 그 무언가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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