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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인간 Nov 08. 2021

8년 만에 연락 한 그가 청첩장을 내밀었다

오랜만에 안부인사를 건네도 될까요


 핸드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불빛이 반짝였습니다. 확인한 메시지에는 익숙하지만 어색한 이름이 떠 있었어요. 결혼 전에 다니던 직장의 동료였습니다. 퇴사 후 무려 8년이나 연락을 주고받지 않은 사이였습니다. 같은 직장에 근무할 때도 친분이 있던 사이는 아니었던지라, 업무적으로 연락처만 주고받았을 뿐 사적으로 연락을 한 적은 없었습니다.


갑자기 무슨 일이지? 의아함에 읽어 본 메시지에는 8년 만에 묻는 안부 인사와 함께 결혼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순간 당혹스러웠다가 옛 동료를 잊지 않고 연락해 기쁜 소식을 전해주어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마 내가 미혼이었던 시절 같았으면 몇 년간 연락 한번 않던 사람이 모바일 청첩장을 들이밀면 거부감부터 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예전과는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아마 그는 결혼 소식을 전할 사람의 리스트를 적어보며, 오랜 기간 연락 한번 하지 않았던 나를 떠올렸을 겁니다. 그리곤 약간의 혹은 오랜 고민 끝에 용기 내어 메시지를 입력했을 겁니다. 

오래된 옛 동료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고, 기쁜 소식을 전해 준 그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며 축하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와 메시지를 주고받은 후, 오랜만에 카톡 친구 목록을 천천히 살펴보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대부분 근 1년 이내에 연락한 이들은 극히 일부였습니다. 하지만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들을 잊은 건 아닙니다. 대부분은 몇 년 만에 연락해도 낯설지 않을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관계가 ‘친구’라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니 그 삶 속에 녹아들어 주위를 돌아볼 여력이 없었다면 핑계일까요. 그들도 나를 잊지 않고 기억 속에 잘 데리고 있다가 가끔 떠올리는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일 년에 한두 번쯤은 카톡 프로필을 훑어보며 사람들의 근황을 엿보기도 합니다. 모르던 새에 아이를 낳은 사람도 있고, 결혼을 한 사람도 있고, 여행을 다녀온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의 프로필을 보면 대략적인 근황을 알 수 있어 그리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합니다. 친구 목록은 끝이 없이 이어지는데, 지금 당장 연락할 사람은 없다고 느껴지기도 해서입니다. 참으로 외로운 순간입니다.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이가 몇 년 만에 안부를 전해온다 해도 나는 무척 반가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연락을 한다면, 과연 상대방이 반가워해 줄지는 의문입니다. 이런 소심한 마음에 연락을 안 하던 사이는 더 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친하지 않았던 사람이 8년 만에 연락해 결혼 소식을 전했지만, 불쾌하기보다는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그렇다면 나도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친구에게 먼저 연락을 해볼까 하는 아주 작디작은 용기가 피어올랐습니다. 그 용기가 불씨가 되어 그간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해야겠습니다. 그 안부 인사들이 예상치 못하는 곳으로 퍼지다가 나에게도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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