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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돌 Mar 20. 2017

나를 알아가는 길 1

나의 핵심가치, 창조성과 성장

 "근본적 안식기"를 는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 깊이 파헤쳐 보는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내가 쭉 해 왔던 방식- 나는 어떤 사람인가? 를 공책에 끄적거리는 것으로는 결론을 얻기가 어려웠다. 계속 제자리에서 도돌이표 같은 질문만 던지는 느낌이었다. 꼭 지름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자아탐색을 위해 잘 연구된 "방법론"의 도움을 받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휴직을 준비하면서 아이덴티티 관련 수업을 수강하고 코칭을 받았다. 이를 통해 내가 가장 중시하는 핵심가치들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었다.


열정과 영감이 넘치는 코칭 노트의 일부


                                                                                                    

 어떤 사람은 자신의 가치와 그걸 이루기 위한 도구를 혼동하기도 한다. (...) 그러나 돈을 벌거나 부유함을 얻기 위해 뭔가를 시도했는데 그 일이 고단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핵심가치가 아니다. 핵심가치에 충실한 삶을 살기 위해 시간이나 노력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진짜 핵심가치가 아닌 'Should'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가치란, 바로 지금부터 적용될 수 있는 것들이어야 하며, 그 가치를 향한 길에 들어서면서부터 자기 자신이 되었다는 안도감과 편안함, 그리고 삶의 의욕을 느껴야 한다. 박미라, <치유하는 글쓰기> p.214-215                                  


 나의 핵심가치는 창조성, 성장, 독립성, 그리고 몰입이었다. 이것이 나의 핵심 가치구나, 깨닫는 순간 나 역시 "안도감과 편안함, 그리고 삶의 의욕"을 느꼈다. 그동안 살면서 생각 없이 찍어 왔던 점들이 이어지는 기분이랄까. 그 해방감을 기억하고 붙들어 놓고 싶어 기록을 남긴다.


나의 핵심가치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창조성"이다. 왜 이 말을 생각해 내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내 인생에서 성취감을 느꼈던 경험들, 가장 행복함을 느꼈던 경험들은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었다.  나다운 것, 독특하고 새로운 것, 아무도 하지 않은 것, 그런데 정말 멋진 것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있었다.

 

"창조성"에 대한 그림. 다른 나무들이 다 둥그렇게 자랄 때 혼자 특이한 모습으로 자라나는 나무.


- 초등학교 시절: 내가 직접 쓴 동화를 책 형태로 만들어 동생에게 읽어주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새벽의 신 에오스와 태양의 신 아폴론에 대한 내용이었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원래 신화의 엔딩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내가 원하는 해피엔딩으로 신화를 각색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어딘가로 이동 중인 따뜻한 차 안에서, 나는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책을 동생에게 읽어 주었고 운전하는 아빠는 내 이야기를 조용히, 흐뭇하게 듣고 계셨던 기억.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내가 자발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 이런 완벽한 상황은 나중에 다시 일어나지 않았고 이 기억은 내 인생에서 가장 따뜻하고 충족된 기억으로 남아 있다.

- 중학교 시절: 수행 평가로 음악신문을 만들었다. 나는 음악 실기엔 약했지만 뽀글머리를 한 천재 음악가들의 인생과 그들을 탄생시킨 시대 배경에는 큰 흥미를 느꼈다. 아무도 그렇게까지 공들이지 않는 수행평가였는데, 나 혼자 정말 제대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에 무척 들떴다.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정보를 모으고, 그 정보를 잘 다듬어 기사를 쓰고, 컴퓨터로는 예쁘게 편집할 자신이 없어 모든 기사들을 다 출력해서 큰 용지에 붙였다. 붙이기 전에 몇 번이고 배열을 달리 해 보고, 새로 이미지도 추가하면서 밤새 몰입했다.

- 회사 생활: 매일 다루는 엑셀이 눈에 안 좋을 뿐만 아니라 정신에도 좋지 않다고 푸념했었지만, 나는 사실 엑셀이 좋았다. 탭 1, 탭 2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엔터 한번에 결론이 나오는 아름다운 세계! 나는 내 엑셀 안에서 모든 판매 트렌드의 변화를 트랙킹하고 예측할 수 있는 완벽한 체계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물론 1) 내 엑셀 실력이 그런 세계를 구현하기에 많이 모자랐고, 2) 판매는 내 엑셀 파일 하나로 예측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나의 두 번째 핵심가치는 "성장"이다. 내가 생각하는 성장은 "잘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자라고 싶은 마음"에 더 가깝다. 어제보다 오늘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더 발전하고 싶다. 잘못했던 일은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내가 그린 "성장"에 대한 그림. 조금이라도 빛이 보이면 계속해서 위로 자라려는 나무.
내가 생각하는 성장의 이미지. 하늘을 향해 곧게 자라려는 나무. 핀란드 헬싱키의 숲에서 찍은 사진이다.

 

 예민하고 불안을 쉽게 느끼면서도 선택의 기로에서 가끔 모험을 택할 수 있었던 건 이 "자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고향을 떠나 더 넓은 세계에서 성장하고 싶었기 때문에 중고등학교 시절 학업에 몰입했다. 대학 졸업 후 나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내가 대학원에 진학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또는 시민단체에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학교 밖에 더 큰 성장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취업을 택했다. 입사 후에는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학습 기회들을 놓치기 싫어서 회사 온라인 어학 강의들을 거의 매달 신청하고 수강해 왔다. 아직도 도서관에 가면 뷔페에 온 것처럼 마음이 설렌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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