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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돌 Nov 28. 2017

그래서 휴직하고 뭐하니 2

명상을 합니다

마음의 부정성을 마주하기


휴직하고 쉬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십중팔구 사람들은 정말 좋겠다고, 부럽다고 얘기한다. 돌아갈 곳을 마련해 두고 노는 게 얼마냐 좋냐는 것이다. 특히 회사 동기들은 종종 내게 근황을 물으며 내가 무슨 답을 하든 '네가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라고 리액션해준다. 나는 정말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일까?


휴직을 하고 나서 가장 놀라운 깨달음 중의 하나는 휴직을 해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내가 느끼는 주관적인 행복감은 휴직 직후 정점을 찍었고, 그 이후 점점 내려와 회사를 다닐 때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수렴했다. 물론 회사를 다니면서 받았던 성과에 대한 압박이나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사라져 전보다 훨씬 평온하다. 하지만 매일매일이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행복’ 하지는 않다. 나는 이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회사를 안 가도 행복하지 않다면, 무엇을 해야 행복하단 말인가? 나는 로또에 당첨된 사람도 3개월만 지나면 별달리 행복하지 않다더라는 연구 결과를 진심으로 믿게 되었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이 적응의 동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늘 본인이 지금 갖고 있는 것에 쉽게 익숙해진다. 죽도록 원해서 뭔가를 성취해도 그것을 일단 갖고 나면 시들해지는 게 사람이다. 새롭게 얻게 된 것에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다시 본인이 늘 사용하던 생각/감정/행동 패턴으로 회귀한다. 그러니 무엇을 한다고, 무엇이 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늘 고유하게 사용하는 패턴들을 인식하고 그것을 조금씩 변화시킬 때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내가 잘 사용하는 패턴은 성과주의와 ‘미리 불안해하기’였다. 좋은 성과를 내서 사랑받고 인정받으려고 아등바등거다. 실패를 늘 걱정했기 때문에 늘 Plan A, B, C를 세워 놓느라 마음이 바빴다. 이런 내 행동 패턴은 휴직을 하고 나서도 한동안 변함이 없었다. 이젠 더 이상 서두를 일이 없는데도 시간을 아껴 써야 한다는, 그리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습관을 한동안 내려놓지 못했다. 아침 7시 반에 꼬박꼬박 일어나 근처 스타벅스로 출근해서 노트북을 켰다. 남들은 백수가 되면 낮잠부터 잔다던데, 나는 낮잠도 거의 자지 않았다. 다이어리에 To-do list로 빼곡하게 배우는 버릇은 휴직 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미래에 대한 이런저런 계획과 생각들은 때론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들을 동반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내면의 부정성들을 오롯이 마주하게 되었다. 회사를 다닐 때는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일에 더 빠져듬으로써 감정을 회피하곤 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감정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회사원으로서 느끼는 분노, 우울, 권태 등의 감정을 아예 느끼지 않을 수 있다면 나는 얼마나 프로페셔널한 일꾼이 될 수 있을까? 그저 기계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다른 사람의 말에도 상처받지 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출근할 때마다 두꺼운 우주복을 입은 것처럼 매사에 무뎌지기 위해 노력했고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 애썼다. 그런데 휴직을 하면서 그 우주복은 벗겨져 버렸고, 나는 별의별 감정에 꼼짝없이 노출되게 되었다.

정말 공감가는 웹툰 <즐거우리 우리네 인생> (현이씨, Ktoon)


항상 긍정적이고 씩씩한 상태로 살기는 불가능하다. 때론 외부 상황과 신체적 상태에 따라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만나게 된다. 이 부정성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마음의 평정을 찾을 것인가? 나는 휴직기간을 통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보고 싶었다. 그동안 돈과 커리어 같은 '외적 자원'의 확보에 집중해 왔으니 이번 기간을 통해 '내적 자원'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종교를 가지거나, 상담을 받거나, 더 몰입할 수 있는 ‘인생 취미’를 가짐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명상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명상을 시작하다


처음에는 명상 어플을 다운로드받아 혼자 명상하기 시작했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어플은 '마보(마음 보기)'와 'Insight timer'이다. 마보 어플은 한국어로 된 유도 명상(Guided meditation) 어플인데 10분-20분간 짧게 명상을 할 때 좋다. ‘출근할 때’, ‘밤에 자기 전에’ ,‘기분이 우울할 때’, ‘불안할 때’등 상황별/기분별로 다양한 유도 명상 음성파일을 들을 수 있다. ‘자, 이제 눈을 감습니다. 심호흡을 하고, 호흡에 집중합니다….’ 초보자가 명상을 시작할 때는 이런 가이드가 도움이 된다. Insight timer는 영어로 된 어플이라 영어로 진행되는 명상을 듣기보다는 주로 명상 알람 설정용으로 사용한다. 휴대폰 진동알람을 설정하면 명상을 하다 깜짝 놀라며 명상에서 깨어나게 되는데, 잔잔한 종소리를 들으며 차분하게 명상을 마무리할 수 있어 추천하는 어플이다. 20-30분 정도 조용히 혼자 집중하고 싶을 때 Insight timer를 주로 사용한다.

Insight Timer와 마음보기 어플


혼자 명상을 하다 보니 오프라인에서 명상을 좀 더 깊게 배워보고 싶어 명상 수업도 신청해 들었다. 확실히 명상센터에서 수업을 들으니 궁금한 부분에 대해 질문을 할 수도 있고, 내 명상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도 있어 좋았다. 내가 수업을 들은 곳은 선릉역에 위치한 명상센터였는데, 짧은 기간 안에 명상의 기본 이론을 익히고 실습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수업이었다. 호흡명상, 바디스캔 등 다양한 명상 방법론을 맛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명상실 통유리창으로 푸르른 선릉이 보이고 볕 좋은 날엔 햇빛이 쏟아져내려 명상하러 오는 길이 항상 즐거웠다.

귀여운 담요와 함께 명상하기


지금, 여기에 있기: 마음챙김명상


명상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겠지만 내가 하고 있는 명상은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이다. Mindfulness는 한국에서 마음챙김 또는 마음다함으로 번역되곤 한다. 그렇다면 마인드풀(Mindful)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마인드풀하다는 것은 현재에 있으면서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정확히 바라보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이것이 어떤 것인지 경험으로 알고 있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빨갛게 지고 있는 노을을 만났다고 해 보자. 잠깐 멈춰 서서 아, 정말 예쁘다- 하고 감탄하는 그 순간 우리는 완벽하게 현재에 있다. 그 순간 우리는 오늘 겪은 일에 대한 후회나 내일 있을 일에 대한 걱정 없이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 그 순간 우리는 잔잔한 행복감과 충만감, 평화를 느끼게 된다.

마음이 지금, 여기에 있는 순간


항상 마인드풀한 상태에 있을 수 있다면 무척 좋겠지만, 우리는 습관적으로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몸은 여기 있지만 내 생각은 어제 회사에서 겪은 안 좋은 일, 또는 내일 있을 프레젠테이션 생각에 바쁘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이 들 경우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첫째는 그 생각, 감정을 자신과 동일시해버리는 것이다. 지금 내가 느끼는 불안, 슬픔, 분노가 곧 나 자신인 것처럼 생각하고 그 감정에서 벗어나 질 못한다. 둘째는 그 감정을 회피하기 위해 다른 무언가를 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인 먹기, 자기, TV보기, 술 마시기 등이 모두 회피에 해당한다.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확히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마음은 항상 과거와 미래에 있다
감정을 나 자신과 동일시할 때 괴로움이 찾아온다


그렇다면 이런 도피를 멈추고 어떻게 다시 현재로 돌아올 수 있을까? 마음 챙김 명상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호흡이다. 생각과 감정은 과거와 미래를 정신없이 오가지만 호흡은 오직 현재의 것이다. 우리는 과거의 호흡도 할 수 없고 미래의 호흡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숨 쉬는 나 자신을 자각하는 순간 우리는 가장 빠르게 지금, 여기로 돌아올 수 있다.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을 열 번 정도만 차분하게 하면 날뛰던 마음은 쉽게 평정을 되찾을 수 있다. 흔히 ‘화가 날 때는 잠시 멈추고 심호흡을 하라’고 하는데 이것도 일종의 마음 챙김 명상이라고 할 수 있다.

호흡을 통해 현재로 돌아가기


호흡을 통해 지금, 여기로 돌아왔다면 이제 현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판단하지 않고 바라보아야 한다. 판단하지 않고 바라본다는 것이 처음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받아들임>의 저자 타라 브렉은 지금 느껴지는 생각, 감정, 감각이 기차이고, 나는 기차역에 서서 그 기차들이 오가는 것을 바라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라고 한다. 나는 늘 그 생각, 감정, 감각의 기차에 탑승해서 폭주(!)해 버리거나 그 기차가 보기 싫어 외면해 버리곤 했다. 두 가지 모두 하지 않고 그 기차를 그저 바라만 보는 것은 평생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것 같은 낯설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감정의 기차를 그저 바라보는 연습


- 어깨가 뻐근하고 가슴이 꽉 막힌 것 같다(감각)

- 처지고 무력감이 들면서 불안하다(감정)

- 잘 못 할 것 같고 걱정이 된다(생각)

이런 감각, 감정, 생각에 반응하지 않고, 그것들을 당장 사라져야 할 문제적인 요소로 보지 않고 그저 바라보게 되자 놀랍게도 감정을 붙잡고 있던 예전보다 더 감정이 빨리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명상 선생님이 하신 말처럼, ‘억지로 긍정적이 되려고 하는 것은 자기기만일 뿐이다. 감정은 회피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을 몸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명상을 시작하고 나서 나는 언제 어디서든지 휴대할 수 있는 간이 허파를 얻은 기분이었다. 죽을 것 같고 숨을 못 쉴 것 같은 상황이 오더라도 이 허파의 도움으로 다시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외부의 자극이 주어지는 대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잠깐 멈춰서 그것들을 바라보고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 빅터 프랭클은 이렇게 말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우리의 성장과 행복은 그 반응에 달려 있다.'

Between stimulus and response there is a space.In that space is our power to choose our response. In our response lies ourgrowth and our freedom.


명상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준다. 잠깐 멈춰서, 호흡하고, 내 몸에 일어나는 반응을 관찰하는 순간 우리는 자유로워진다. 붓다의 말처럼 ‘제 1의 화살은 맞을지언정 제 2의 화살은 맞지 않’을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지금은 아침, 저녁으로 20분 정도 명상을 하고 있는데, 일을 시작한 뒤에도 매일 명상을 이어가고자 한다. 나는 여전히 평정을 놓치고 제2의 화살을 두두두 맞아버리곤 하지만, 명상을 통해 조금씩 더 자유로워지고 강해질 나를 꿈꾼다.





학생들에게 처음 깨어있기를 소개할 때 자주 사용하는 비유가 ‘자각의 수레’다. 자각이라는 수레바퀴의 한가운데에는 ‘현존’이라는 중심축이 있다. 중심축은 내가 바로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심축에서 사방으로 뻗어가는 바퀴살이 바로 우리의 마음이다. 마음은 끊임없이 현존이라는 중심에서 바깥을 향하여 달아나려고 한다. 우리의 마음은 바퀴살을 타고 바퀴의 가장자리 즉, 가상현실 속에서 원을 그리며 끊임없이 돌고 돈다. 내가 만들어낸 생각 속에서 헤매는 우리와 돌고 도는 수레바퀴는 아주 비슷한 모습이다

깨어있기는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지금 여기로 돌아오는 것’이다. 빨리어로 ‘사띠’라고 하는 깨어있기는 ‘기억하다’는 의미이다. 지금 여기 있는 것, 즉 현존을 기억한다는 뜻이다. 순간순간 ‘지금 여기 있음’을 기억한다면, 우리 마음이 바퀴살을 타고 바퀴 가장자리로 내달았을 때라도 중심축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두 번째는 ‘지금 여기에 머무는 것'이다. 중심축으로 돌아왔을 때 달아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 속에서 길을 잃어 바퀴살을 타고 바퀴 가장자리로 내달을 때 지금 여기를 기억하는 데는 약간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것은 배를 한 곳에 머물도록 하는 ‘닻’과 비슷한 역할을 해준다. 가장 일반적인 ‘닻’은 호흡법이다.

-     타라 브랙, <자기돌봄> 41p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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