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복직하겠다고 연락을 했다. 가능하면 부서를 변경하여 새로운 업무를 하고 싶다고 요청했고, 요청이 받아들여져 새로운 부서에서 근무하게 될 것 같다.
최대 1년까지 쓸 수 있는 휴직기간 중 내가 총 쉰 기간은 열 달이다. 전반부는 출국 준비와 해외 체류로 시간을 보냈고 후반부는 한국에 있으며 하고 싶은 일들을 했다. 왜 기왕 노는 거 1년 놀지 않구, 하는 사람들에게 그냥 이 정도가 딱 적당할 것 같다고 얘기하곤 했는데 정말 그랬던 것 같다.
휴직기간 중 이직이나 진학에 성공하여 바로 퇴사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나의 경우 애초에 복직을 염두에 둔 휴직이었던 것 같다. 그냥 생으로 놀겠다고 말하는 것 같아 부끄러워 이런저런 핑계를 대었지만, 실은 생계에 상관없이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던 것이다. 경제적 손실과 복직 후의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당시의 나에겐 그게 절실했다.
쉬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새로운 자극을 받았다. 많은 생각을 했다. 그 생각들을 물질화, 현실화 하기에 열 달은 한참 부족한 시간이었다. 쉬면서 했던 점 같은 경험들이 멋진 선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복직 이후의 삶 속에서 알 수 있을 것 같다. 잡스의 말처럼, 점들은 나중에 회고하면서 연결할 수 있을 뿐이니까.
카투니스트이자 에세이스트인 루나파크 홍인혜 님의 강연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잘 다니던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영국으로 떠나 8개월간 체류했던 그는 그는 다시 돌아와 같은 회사에 재입사를 했다. 나는 강연이 끝난 후 질문 시간에 손을 들었다. 공백기를 겪고 같은 회사에 다시 들어가서 일하게 되면 어떤 기분인가요? 일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된다던가 하는 변화가 있었나요?
루나파크는 말했다. 솔직히 일은 큰 변화가 없다. 돌아가자마자 바로 전과 비슷한 상태로 돌아간다. 다만 영국에서 이방인으로서 겪었던 경험들을 통해 전에는 회사를 아주 큰 것으로 생각했다면 이제는 언제든 그만둘 수 있는 곳으로 보게 되었다고 했다. 전에 집착했던 문제들을 이제는 별 거 아닌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 변화라면 변화라고 했다. 다시 회사로 돌아가면 지금 했던 경험들을 다 잊고 예전의 상태로 돌아갈 것 같아 걱정된다고 했더니 그녀는 그 마음 다 안다는 얼굴로 웃었다. 사실 90%는 잊어버린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10%의 변화가 값지다는 것을 안다.
복직을 앞둔 마음이 어떻냐고 친구가 묻자, 나는 몇 개월치 월요병을 한 번에 겪는 기분이라고 답했다. 다시 6시에 일어나 출근하고 사람들과 복작복작거리는 생활에 적응하려면 한동안 힘들 것 같다. 하지만 누가 머리채 잡고 끌고 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원해서 돌아가는 것이다. 휴직도 복직도 오롯이 내가 선택한 것이다.
휴직을 고민하다 마침내 회사에 휴직원을 제출하고 또 다시 복직원을 내기까지 약 일년의 시간 동안, 내 인생을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감각을 배울 수 있었다. 한동안 잊고 지내던 감각이다. 절대적인 줄만 알았던 회사도 내가 원한다면 그리고 그 결과를 감수할 용기가 있다면 얼마든지 그만둘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상황을 바꿀 수 있는다는 감각은 인생의 소중한 자산이 될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