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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돌 Feb 04. 2018

복직일

절대로 올 것 같지 않았던 그 날이 왔다

복직 전날, 왠지 잠을 설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부러 하루 종일 옷이며 책이며 사러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몸을 한껏 피곤하게 만들었다. 그러고서도 밤에 잠이 오지 않아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시고서야 겨우 잠에 들었다. 


아침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씻고 옷을 입고, 필요한 서류들을 잘 챙겨 집을 나섰다. 겨울의 새벽 거리는 아직 깜깜했고 인적이 드물었다. 앞으로 이 시간대에 집에서 나와야 한다는 사실에 한숨이 나오면서도 차가운 공기가 그리 싫지만은 않았다.  


오랜만에 온 회사는 낯설었다. 와 진짜 크다, 하며 남의 회사 보듯이 중얼거렸다. 인사팀에 들려 복직원을 받고 내가 일했던 층으로 향했다. 나도 모르게 등과 어깨에 힘이 바싹 들어가 있는 걸 발견하고 긴장을 풀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사무실에 들어서서 처음 마주친 후배가 마치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을 본 것처럼 돌고래소리를 꿱 내며 반가워해주었다. 선배들도 '아니 더 좋은 데 가지 왜 왔어!!'하면서도 웰컴 허그를 해 주었다. 부장님들도 '다시 오겠다더니 진짜 왔네'하면서도 '잘 왔다'고 해 주었다. 


아무도 그렇게 말하진 않았지만, 누군가는 휴직하고 다시 올 거면 뭐 하러 나갔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쟤 봐라. 나가 봤자 별거 없다'며 자신의 버팀을 정당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들은 나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인생을 살고, 나는 나의 인생에 집중하면 된다.


집에 돌아오면서 케이크를 샀다. 큰맘 먹고 작은 사이즈의 케이크 중에 가장 비싼 것을 샀다. 와서 가족들과 초 몇 개를 꼽아놓고 복직 축하 케이크를 잘랐다. 케이크의 초를 불면서 알았다. 오늘 나에게 위로가 필요했다는 걸. 


당분간은 매일 출근하는 회사원의 리듬에 익숙해지는 것만 집중하려고 한다. 빨리 업무를 캐치업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하지 않으려고 한다. 의욕만 앞서면 쉽게 엎어진다. 잘하지 않아도 된다. 많은 것을 할 필요도 없다.

힘을 빼는 것이 이번 달 나의 가장 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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