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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돌 Feb 04. 2018

복직 D+1

이상과 현실의 차이

어제의 드높은 의욕은 정확히 반으로 줄어들었다. 회의를 두 번 다녀오고 나니 무섭도록 빨리 적응이 되었다. 다음 주쯤에는 '내가 언제 휴직을 했던가' 싶을 것 같다. 이렇게 매일매일 의욕의 반감기를 거쳐 의욕이 0에 가깝게 수렴하는 걸까?


회의석상에서 본 사람들의 얼굴이 낯설게 느껴졌다. 나도 작년에는 저런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 나도 곧 저런 얼굴이 될까. 복직을 결심한 이후 가장 큰 물음표는 '나는 변했지만 조직은 변하지 않았는데, 돌아가서 내 삶이 달라질 수 있을까?'였는데 그 물음이 현실적으로 크게 다가온 날이었다.


쉬는 동안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열심히 고민했지만, 회사에서 내게 요구하는 포지션이 변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가 충전한 생명력은 조직 내에선 쉽게 생채기가 나는 연약함이 되고, 높아진 의욕은 남에게 빨대 꼽힐 자리만을 만들어주는 건 아닐까?

쉬는 동안 실현하지도 못할 이상만 드높아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시 우울해졌다.


당분간은 섣부른 판단을 유보하려고 한다. 이상과 현실의 낙차를 인정하고, 상황을 차분히 지켜봐야겠다. 나는 성능 좋은 엔진을 달고 돌아왔지만 지금 당장은 나라는 본체의 성능과, 주변 환경이 이 엔진을 100% 가동하기엔 부족할 수 있다. 그렇다고 좋은 엔진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조금씩 본체를 업그레이드시키고, 주변 환경을 나에 맞게 재구성해나가면 된다.


같은 곳 같은 자리에서 혹여 같은 문제를 맞닥뜨린다 해도, 기껏해야 이미 겪어 본 고통일 것이고 전보다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가 있으면 혼자 끙끙대지 말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듣지 않으면 그동안 늘린 뱃심으로 고래고래 소리라도 지르면 될 일이다.


내가 그날그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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