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대자연이 일상이 되는 마을, Halls Gap.
호주 빅토리아주 최대 규모의 국립공원. 서울 면적의 3배, 남한 면적의 80배. 이 거대한 국립공원이 우리집 뒷산이 된다고? 실소가 터지는 꿈 같은 이야기를 단 며칠이나마 경험해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그램피언스 국립공원의 관문이 되는 마을, 홀스갭이다.
멜버른에서 차로 3시간, 당일로 오간다면 이 곳은 그냥 지나가다 만난 작은 마을일 뿐이다. 대부분 빠듯한 일정 속에 그램피언스 국립공원은 일정에서 빼거나, 그레이트 오션로드와 묶어서 들르거나, 당일로 왔다 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램피언스 국립공원을 방문한다면 이 마을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가지길 추천한다. 이 작은 마을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그냥 가만히 있어도 시간이 잘 간다는 말을 제대로 실감했다.
우리집 마당엔 캥거루가 살아요
작은 산장에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섰다. 시골 마을이다보니 최신식 시설을 자랑하는 곳도 아니었고, 그저 작지만 깔끔하게 관리된 산장이었다. 얌전히 닫혀있던 테라스 쪽 커튼을 젖힌 순간 나의 눈을 의심했다. 드넓은 초원에 캥거루와 왈라비 들이 떼를 지어 뛰어다니고 있었다. 내 방 바로 앞에서, 아주 낮은 울타리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말이다.
그들의 몸짓은 꽤나 귀여웠다. 총총총 뛰어다니는 모습도, 앞발을 들고 일어서서 미어캣처럼 두리번 거리는 것도, 가끔은 친구들과 다투며 마치 권투를 하듯 앞발을 휘두르는 모습도. 가만히 앉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가끔씩 '코카투(Kokatoo)'라고 불리는 야생 앵무새가 날라와 새로 온 숙박객을 구경하기도 했다. 테라스에 굳이 나가지 않아도, 방 안 쇼파에 앉아서도 침대에 누워서도 캥거루가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니. 동물원을 찾아 다닐 필요도, 캥거루가 자주 출몰한다는 스팟을 검색하고 찾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캥거루, 왈라비와의 만남은 숙소에서 뿐만 아니다. 강렬한 태양이 산너머로 넘어가고, 마을이 서늘하게 식기 시작하면 이 녀석들은 과감히 마을로 들어온다. 주유소 옆에서, 편의점 옆에서, 차가 지나다니는 도로 옆에서. 마치 '여기는 원래 우리가 사는 곳인데 너희 인간들이 와서 마음대로 집 짓고 살고 있잖아'라는 식으로 말이다.
깊은 산 속 옹달샘, 누가 와서 노나요
호주하면 바다, 바다에선 물놀이 라는 생각은 호주 여행의 공식처럼 떠오르지만 홀스갭에는 깊은 산 속 옹달샘마냥 수영장이 있다. 수영강국인 호주답다. 바다가 좋아, 산이 좋아? 자장면이냐 짬뽕이냐에 버금가는 세기의 질문. 지금껏 물놀이가 좋아 산을 포기했다면 여기선 그럴 필요가 없다.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워터베드를 하나 차지하면 수영을 못 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물놀이를 하게 된다. 아쿠아봉이나 오리장난감 등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물에 띄워놓으니 굳이 아이들 물놀이 장난감을 챙길 필요도 없다. 간단한 스낵이나 아이스크림을 파는 편의시설도 갖추어져 있어 편리하다.
홀스갭의 존재 이유, 그램피언스 국립공원
그래도 역시 하이라이트는 그램피언스다. '나는 등산 싫어하는데' 하는 사람도 그램피언스는 문제 없다. 지나치게 넓은 면적 때문에 모든 포인트를 자동차로 갈 수 있다. 구글지도에 카메라 아이콘으로 표시되어 있는 뷰포인트만 따라가면 내 눈 앞엔 숨막히는 광활한 자연이 펼쳐진다.
그램피언스 국립공원 안에는 크고 작은 폭포들이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규모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맥켄지 폭포. 이 곳은 약간의 트래킹 코스가 포함되니 운동화는 필수. 왕복 1시간 정도의 코스인데 경사가 있다보니 돌아오는 길은 다소 숨이 찰 수 있지만, 아이들도 거뜬히 다니는 길이니 체력이 약하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쉬엄쉬엄 자연을 느끼다보면 금방이다.
[그램피언스 국립공원 둘러보기]
유명한 전망대와 폭포만 자동차로 둘러보는 것은 3~4시간으로 충분하다. 홀스갭에서 숙박을 했다면 리셉션에서, 혹은 관광안내소에서 지도를 주며 유명한 스팟을 안내해준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대로 된 등산코스도 물론 있다. 그램피언스의 그랜드 캐년이라 불리는 코스를 포함해 돌산을 트래킹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 등산 장비를 제대로 갖추는 것이 좋다. 그램피언스 내에 캠핑을 할 수 있는 사이트도 갖춰져 있으니 백패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도전해볼 만 하다. 자세한 내용은 https://parkweb.vic.gov.au 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