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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쌤 Apr 21. 2020

1) 마흔 한살이시면 한창 일하실 나이인걸요

“한국의 유아교육 자격증으로 캐나다에서 취업할 수 있는 게 사실인가요? 제가 마흔한 살인데 너무 늦지 않았나요?”

“취업 가능하시고요. 마흔한 살이시면, 캐나다에서는 한창 일하실 나이인걸요.”


자세한 통화내용도, 어떻게 그 광고를 찾았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난 나의 유아교육 자격증으로 캐나다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보았다. 한국에서는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기엔 늦었다고 받아들여지는 나이가 캐나다에서는 한창 일할 나이라는 직원의 말에 큰 용기를 얻어 캐나다행을 결정하게 되었다.


난 41살이었고, 내 인생 세 번째 대학인 야간대학 유아교육학과  졸업반이면서 작은 영어학원을 운영 중이었다.    

사람들은 많이 물었다. 어떻게 갈 결심을 했냐고. 친구도, 지인도, 직장도, 집도 없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에, 남편도 없이 애들만 둘 데리고 말이다.  


나에겐 아주 강력한 동기가 있었는데,  하나는 내가 아주 오래 품어왔던 외국생활에 대한 동경과, 내 딸들을 선진국에서 키워보고 싶다는 욕망이었다. 일종의 아메리칸드림 같은 걸 가지고 자란 어린 시절, 막연하게 영어가 좋았고, 한 번쯤 이 나라를 떠나서 살아보는 게 꿈이었다. 


‘평생 한 나라에서만 산다는 건 너무 지루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었고, 대학교 때 힘들게 모은 돈으로 잠깐 다녀온 미국 땅은 나의 인생관을 바꾸고, 어떻게든 또 오리라 하는 꿈을 심어주었다. 남편과도 이민에 뜻이 맞아 결혼을 했고, 그때 당시 미국 이민으로 인기 있었던 미국 간호사 면허도 땄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갈 기회를 놓치고, 그냥 한국에서 영어 유치원을 하며 뿌리내리자라고 포기하고 공부한 유아교육이 나에게 절호의 기회를 줄 줄이야…….


우연히 그때 즈음에 본 신문의 기사가 더 나를 자극했는데, OECD 국가들의 성평등을 나타내는 통계에서 한국이 136개국에서 111위를 했다는 것이었다. 여성과 남성이 얼마나 평등한 대우를 받는지를 조사한 것으로, 경제활동 참여 및 기회, 교육 성취도, 보건 및 건강 수준, 정치적 역량 발휘의 네 개 부분에서 평가를 한다. 

필리핀이 5위, 옆 나라 일본 105위 보다도 낮은 거의 꼴찌에 가까운 숫자였다.


이른 나이에 결혼해서,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여러 가지 사회적인, 개인적인 불평등에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 내가 내 가정환경을 바꾸려고 20년 가까이 노력했지만, 그것은 혼자서는 굉장히 힘든 일이었고, 난 판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나 혼자 흔들어서는 안 되니, 이미 그런 환경이 조성된 판으로 옮겨가면 되지 않나? 


인생은 한 번뿐인데, 이렇게 계속 내 꿈을 포기하면 죽을 때 너무 억울할 것 같다는 것,

일이 잘 되지 않아 다시 돌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최소한 노력은 해봤으니 나에게 떳떳할 거라는 것, 

내 딸들은 내가 겪은 그런 불평등이나 사회의 고정관념 등으로부터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

딸들이 훗날 자신들이 힘들 때 캐나다 생활을 개척한 나를 롤모델로  삼아줬음 하는 마음, 

이 모든 것들이 내 동기들이었다. 


예상대로 남편의 반대가 심했지만, 오랜 설득 끝에 2년이라는 시간만 동의받고, 한 에이전시를 통해 일을 진행하게 되었다.  


우린 모두 꿈을 꾼다.

꿈만 꾸다 가는 인생이 되지 않으려면, 그 꿈을 이뤄내기 위해서 무식할 만큼의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다.

난 그때 무모할 정도로 용기가 넘쳤었다. 내가 평생 꿈꾸던 일을 실현하러 가는 길이며, 거기다 두 딸들이 같이 하는 길이고, 한국에서는 남편이 하루라도 빨리 마음 접고 돌아오길 바라고 있었다. 


난 이 일을 꼭 잘 해내야만 하는 이유가 아주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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