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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쌤 Apr 21. 2020

2) 좀 덜 춥고, 안전하고, 한국인이 적은 곳으로요

"좀 덜 춥고, 안전하고, 한국인이 적은 곳으로 추천해주세요!"

2013년, 내가 에이전시에 캐나다 지역 선정 시 부탁한 사항이다.


추위를 많이 타는 탓에 덜 추운 곳이었으면 했다. 몸이 차서 어려선 동상도 자주 걸렸었는데, 혹시라도 캐나다에 가면 전신 동상이 걸리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했었다. 남편도 없이 아이들만 데리고 가니 더 안전한 곳으로, 2년 안에 돌아와야 한다면 한국인이 적은 곳이어야 영어실력 향상에 유리할 거라는 생각이었다.


이름도 생소한 노바스코샤 주의 핼리팩스라는 도시를 추천받았고, 두 번째로 덜 추운 주(state)라는 말에 희망을 걸고 계약을 했다. 자격증 변환, 이력서, 인터뷰 준비, 주정부 이민을 끝내주는 조건으로 700만 원 정도의 돈을 지불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내 대책 없는 낙관주의만큼이나 무모한 취업 방법을 소개받았는데, 난 너무나 가고 싶은 마음에 그 방법이 구세주인 양 덥석 믿어버렸다.

과정은 이렇다.


-여행자 신분으로 캐나다 입국, 구직활동을 한다. (한국과 캐나다는 상호 조약에 의해 여행 목적으로는 6개월 체류가 가능하며, 연장은 가능하나, 학업이나 취업을 하려는 목적이 없어야 한다. 캐나다 입국 심사 시 이 부분을 질문받으며, 이 부분에 의심이 되면 입국이 거절되기도 한다. 그러니 여행한다고 들어가서 열심히 구직을 제한된 시간 안에 해야 하는 것이다.)


-에이전시에서 주는 구인중인 유치원 정보를 받고, 일일이 이력서를 이메일로 보내거나, 이력서 들고 직접 방문해서 구직이 가능한지 묻는다.


-연락이 오면 인터뷰를 통해 취업을 한다. 이때 여행자 신분(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신분이 아님)이므로 LMO를 지원해주는 곳이어야 한다.  


-한 달 동안 세 개의 구인광고를 고용주가 낸다. 광고 후 왜 캐나다인을 안 쓰고 한국인인 나를 선택했는지 이유를 이민국에 밝혀야 한다.


-한 달 후 LMO가 진행되고, work permit(취업비자)을 받아 일을 시작한다.


-일 년 후 영주권 신청을 한다. (Skilled Worker 이민의 경우)


-일 년 반 정도의 시간이 지나 영주권을 따고 꿈꾸던 캐나다 생활을 유지한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이메일을 보내도 대부분은 연락이 없었고, 인터뷰를 하더라도 일할 수 있는 신분이 되면(work permit소지 또는 영주권자) 오라며, 우린 LMO를 지원해 줄 수 없다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서 LMO란 Labour Market Opinion의 약자로, 캐나다 고용주가 고용하려는 외국인이 합법적으로 일하도록 work permit을 받게 하기 위해 지원해주는 것으로, 본인의 회계자료 공개, 구인광고 세 개 내기, 신청 비등의 부담감으로 고용주라면 굳이 하기 번거로워하는 시스템이다. 


캐나다도 실업률이 높다는 걸, 케나다인 고용 하면 안 해도 될 저런 과정을 자기돈, 시간 들여가며 하기 싫어하겠구나 라는 것을 현지에 와서 알게 되었다.

 

취업준비 대행하던 기관의 ‘캐나다에선 유치원 교사는 부족 인력군이고, 영어 좀 하시고 하니, 가면 바로 한 달 안에 job 잡고, 6개월 안에 충분히 work permit 받아서 초등학생이던 둘째는 무상교육받을 거라’는 핑크빛 멘트와 나의 당시 아무도 막지 못할 자신감까지 더해져서 정말 쉽게 생각하고 캐나다에 왔다. 


물론, 이대로 되지 않았다.

에이전시를 원망하려는 의도는 없다. 반절은 맞고, 반절은 포장된 저런 정보라도 없었더라면 아예 오지 못했을 거고, 그렇게라도 왔으니 내 역사는 또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떠나기 전에, ‘너 가면 힘들거야.  애들은 학교 적응하기 힘들 거고,  돈은 빨리 떨어질 거고,  법이 바바뀌어서, 아주 힘들게 이민하게 될 거야.’라고 나에게 말해줬더라면, 그래도 난 같은 결정을 했을까? 


아마, ‘아니, 난 달라. 그렇게 안 되게 잘해볼게.’ 하고 떠났을 것 같다.

그게 그때의 나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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