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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쌤 May 07. 2020

12) 넌 왜 이게 맞다고 생각하니?

드디어 대학생이 되었다. 

딸과 같은 대학, 같은 반,

NSCECE(Nova Scotia's College of Early Childhood Education)라는 

유아교육만 가르치는 2년제 전문대학이다.     


하루 종일 영어로 수업받는 건 쉽지 않았다. 

잠깐 딴 생각하다 흐름을 놓치기도 하고, 

갑자기 던져지는 질문들, 

즉흥적인 소그룹 과제, 

많은 숙제와 실습으로 이중고였으나

나름 의미있는 시간이어서 

몇 가지 느낀점을 적어본다.



호칭과 언어 선택의 단순함

교수진에게

교수님, 강사님등의 호칭을 쓰지 않고 이름을 불렀다. 

홍길동 교수님이 아닌 길동!    


한국에선

교수는 윗사람, 학생은 아랫사람

이에 따른 언어의 선택과 행동은 신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교수님에겐   

시장하세요? 뭣 좀 드시겠어요?

친구에겐

배고파? 뭣 좀 먹을래? 

이렇게 구분할 문장들이


영어에선, 

(Are you) hungry? (Do you) want some?

이 문장으로 통일되니

고민할 필요가 없다.    


영어에도 존칭이 있고 공손한 표현이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대화 시

한국어처럼 존칭어를 고민하지 않고, 

하려던 말만 할 수 있는 게 편하다고 생각되었다. 


상하관계가 아닌 수직의 관계에서 대화하는 느낌

그래서 좀 더 솔직하게 내 의견을 나누기에 편했고,

대화 시 느껴지는 동등함이 좋았다.     



상대 의견 존중

캐네디언 학생들은 자기 의견을 

자신 있게, 그리고 자주 표현했다.

수업 진행 중에도 손을 들거나 불쑥 자기 생각을 말한다. 


초기엔 그런 게 싫고 이해도 안 됐었다. 

영어 단어 하나라도 놓칠세라, 온 집중을 다해 듣고 있는데, 

가끔은 관련 없는 발언으로 흐름이 깨지기도 했다.

분명히 엉뚱한 대답을 하는데도, 

교수님은 틀렸다고 하지 않고 

넌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라고 인정한 후 필요하면 반박했다. 


한번은 내가 과제 자료 조사를 잘못해서

교수님 방으로 불려갔다.

A를 찿으라고 했는데 

B를 찿아온거나 마찬가지인 나에게 

넌 왜 이게 맞다고 생각하니?

라고 질문했다.


자료가 틀린지도 몰랐다가 그런 질문을 받으니 

머쓱하고 할 말이 없었다.

다시 해볼게

하고 나오며 드는 생각은

(부끄럽지만)

그냥 틀렸다고 말해줄래? 내겐 그게 더 쉽단다.

였다



의사표현의 자유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이 발표를 두려워 하는 이유는 

영어가 원인이기도 했다.

내가 질문을 잘 이해한건가?

내 답이 틀리면 어떻하지?

내가 할 말이 문법적으로 맞나?

생각하다보면 이미 수업의 흐름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그런데

이런 수업을 해본 적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케네디언들은 자기주장에 스스럼이 없다. 

어릴 때부터 자기 생각을 말하게 교육받고, 

에세이를 쓰며 근거를 찾아 제시하는 연습을 한다.


내가 일한 유치원 만 2-3세 반에서도 

아침 서클 시간이면, 

한 주제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의견을 묻고, 

그 생각이 자랄수 있도록 계속된 대화로 지지해주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상대를 설득시키는 글을 쓴다. 


내 생각이 필요하지 않았던 

교과서와 정답만 외워서 끝낸 나의 모든 학습기간은 

이런 내 생각을 요구하는 환경이 힘들었다. 

내 생각이 뭐지?

원래 있긴 했었나?

라는 물음들 속에서 나도 더 성장했다.        



이론과 실습의 병행

일주일에 3일은 교실에서 이론수업, 

이틀은 학기마다 다른 유치원에서 하루 종일 실습을 한다. 

학기 시작한 지 몇 주만에 실습을 시작했다.

총 세 군데의 원에서 실습을 했고, 

각기 다양한 환경과 교육철학, 교사들, 아이들을 보며 

책 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특히 마지막에 한 4주 집중실습은 

유치원 교사로서의 긴 흐름을 경험하는 좋은 기회였다.     


또한 수업 중에도 실제로 시행할 교육이론, 

놀이, 상황극, 외부강사 초빙, 

실습하지 않은 원 탐방하기(Communitiy Visit)등의 프로그램들이 좋았다.         



편입은 

캐나다에 남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였다. 

공부 싫어하는 내가 

또 공부를 하게 되어 불평도 했다.     


그래도 

그 덕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취업도 더 유리하게 했고, 

학교를 다니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여기서 통용되는 교육이론과 문화 차이를 알게 되어 

직장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다.     


추가해보자면,

어느 엄마가 

딸과 대학을 다녀보는 경험을 해보겠는가? 

딸이야 싫었겠지만, 좋은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추천하진 않겠다. 

심장이 튼튼하지 않다면^^            


딸과 함께 발표한 모래놀이: '두껍아, 두껍아' 노래를 부르며 시연하고, 조그만 국기를 모래성에 꽂은 후 모래 뺏어오기 게임을 소개했다. 사진출처:수쌤




동화책 후속편 만들기 과제 : 글과 제작은 내가, 그림은 딸이 그려줬다. 공룡에게 한복을 입히고,  다른 나라의 전통의상도 그려넣었다. 사진출처:수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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