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지 몇 개월 만에
둘째의 6학년이 끝나버렸다.
두 달 여름방학 후 9월 신학기 시작.
원래의 내 취업계획은 무산되었지만,
학생비자가 있으니
둘째 학비 걱정은 안 했다.
입국 전에 낸 5개월치에서
이미 3개월분은 공부했고,
나머지 2개월분은 환불해달라고
교육청에 요구했는데,
얼마 후 연락이 왔다.
내 대학은 국립대학이 아닌
비영리재단 소속으로
국립대 학생 자녀들에게 주는
무상교육의 혜택을
나에겐 줄 수 없다는
청천벽력이었다.
사립인 줄도 몰랐고,
국립대학 학생들만 대상자인지도 몰랐다.
편입 시 이 정보를 준 기관과
학교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
12월이 되자 밀린 교육비를 내라는 독촉이 왔다.
이대로라면, 11월부터 6월까지,
월에 850불이었으니
6.800불(약 600만 원)을 내야 했다.
내가 본 입학 광고의 내용과 틀린 데다,
남편에게
둘째 학비의 부담까지 줄 순 없었다.
외국생활은
언뜻 보면 멋있어 보여도
끊임없는 자기 실력 증명과
자기 권리 보호의 투쟁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걸림돌이 나올지 모르고
이번엔 이게 또 복병이었다.
이 광고를 올린 곳에 연락해서
교육청에 담판을 지으러 갈 테니
날 위해 변호해주지 않을 거면,
광고 내용에 대해서만이라도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깐깐하다는 교육청 담당 직원과
어떻게 말싸움을 이기나
걱정이 됐지만
나도 물러설 자리가 없었다.
차가 없는 날 위해
친구가 태워다 줬고,
연습한 멘트 잊을세라
심호흡 한번 하고 들어갔다.
직원: 너도 알다시피 너의 학교가 국립이 아니야.
그러니 밀린 11월부터 6월까지의 돈을 내야 해.
나: 나는 국립학교 학생들만이 이 혜택의 대상자인걸 몰랐고,
내 학교가 사립으로 분류되는 것도 몰랐어.
이 학교에 입학하면 자녀 학비가 면제된다는 광고를 보고 지원한 거야.
국립대학 10.000불의 학비를 내면 자녀 무상교육인데,
우리 학교 학비 7.000불을 내고 자녀 학비도 (일년 8.500불) 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내가 이 학교를 선택했겠어?
너라면 어느 학교 갈래?
계산은 간단했다.
이 사실을 안다면, 누구라도 국립대학을 선택한다.
직원: 네가 봤다는 그 광고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해도 돼?
나: 물론!
직원은 내 예상대로 바로 확인 전화를 했다.
다행히 광고 내용을 인정한 눈치다.
직원은 허위광고를 바로 내릴 것이며,
나까지만 예외로 해주겠다고 통화를 끝냈다.
직원: 네가 그 광고를 보고 입학한 점을 감안해서
니 학생비자가 지속되는 날까진 무상교육을 인정해줄게.
너까지만 봐주는 거고, 이후론 절대 안 돼.
워크퍼밋 나오면 바로 보내줘.
나: 교육비 면제의 내용을 서류로 증명해 줘.
직원:그래.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너 같은 사람들(자녀 무상교육의 혜택을 받는 외국인) 때문에
캐나다 아이들이 공교육 혜택을 덜 받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해!
일단은 큰돈을 내지 않게 돼서 기뻤지만,
마지막 멘트가 맘에 걸렸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나오니
초조하게 기다리던 친구가
조용히 안아주었다.
어찌 됐던
이걸로
메리 크리스마스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