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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쌤 May 10. 2020

15) 졸업과 취업

정신없이 시간이 지났다.

9월에서 12월 중순까지의 1학기,

또 1월에서 4월까지의 2학기,

4월 말 졸업식,

5월 한 달간 집중 실습을 끝냈다. 

4월 말 졸업식 때는 기러기 아빠인 남편도 와서 축하해주고 갔다.     

운이 좋으면, 실습하는 기간 중에 원장에게 취업 의뢰를 받기도 한다. 

원 입장에서는 앞으로 고용하고 싶은  교사인지 알아보는 시간이고, 

학생 입장에서는 미래의 직장을 엿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내가 관심 있던 원들에 지원을 했고, 제일 편한 인터뷰를 한 곳에 취업이 되었다. 

내 첫 직장은

Reggio Emilia를 교육이념으로 하는 원으로 핼리팩스에서 평판이 좋은 원 중에 하나였다. 

인상이 온화한 할머니 원장님이어서 긴장이 덜 되었고,

딱딱한 네모 빌딩 속의 교실이 아닌 

전형적인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유치원인 것도 좋았다. 

실제로 많은 원생들과 학부형들이 일반 집같은 느낌을 좋아해주었다. 

(Reggio Emilia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녀들에게 양질의 교육환경을 조성해주고 싶던 부모들의 노력으로 시작된 교육철학이다)

면접은 한 시간 정도 원장 하고만 진행되었고, 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사진집을 꼼꼼히 보며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면접 후 toddler반(만 2세-3세)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라고 했다. 

취직이 된다면 동료가 될 선생님과 인사 후, 그 반에서 같이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고, 

마침 나가서 놀 시간이어서 뒤뜰(backyard)에서도 같이 있었다. 

이것도 면접의 일부였다. 

(토들러반의 ratio는 1:6으로, 캐나다는 한 반에 교사 두, 세명이 팀이 되어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일할 사람의 의견을 듣기 위해 날 교실에 넣은 건, 

원장의 독단을 피하고, 내 동료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의미여서 좋았다.     

졸업하면 바로 일을 시작하기로 했고, 영주권 신청에  필요한 원장의 협조부분에 미리 동의를 구했다. 

이민 컨설턴트의 도움으로 바로 주정부이민 서류가 시작되었다. 

원장은 원이 두 개였는데, 첫 번째 원에 이미 한국 선생님이 일을 잘하고 있어서, 

같은 한국인이니 잘하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 같다. 

드디어 실습이 끝나고 출근을 했다.

내교실은 작은 동물농장 같았다. 

동료 J가 동물을 좋아해서, 큰 토끼장에 토끼가 두 마리, 사막쥐 한 마리, 금붕어 여러 마리가 있었다. 

거기에 1,2층을 돌아다니는 유치원 고양이까지.

아침이면, 토끼장 문을 열어주고 토끼들이 교실 여기저기를 뛰어다니고, 똥도 싸고 다녔다. 

딱히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J가 나오지 않는 날은 내가 토끼장을 청소해야 해서 처음엔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몇 달 지켜보니 아이들에게 굉장히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 걸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등원 길에 챙겨 온 야채를 토끼에게 주고, 

엄마랑 떨어지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겐 재밌는 친구가 되어주었다.

동네 공원 산책 다녀오며 토끼에게 먹일 풀을 아이들이 스스로 챙기고, 

너무 시끄러울 때  잠든 토끼를 보고 조용히 하기도 했다. 

어떻게 토끼를 안을 수 있는지, 

발톱이 길 땐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등의 대화가 자연스레 이루어졌고,  

그런 날이면, 즉흥적으로 근처 동물병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굉장히 직선적이고 자기 주장이 강하던  J가 처음엔 어렵고 적응이 힘들었다.     

어느 날 야외 할동 중에 J가 나를 사진찍더니 바로 보여주었다.

내가 무릎을 굽혀 한 아이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J : 네가 뭘 잘했나 봐!

나 : 내 가 뭘?

J : 네가 아이 눈높이에 맞게 몸을 낮춰서, 아이 시선에서 얘기를 하고 있잖아.

    이거 되게 중요한 거야.    

어렵게만 생각했던 J가 나도 몰랐던 내 장점을 알려주어 고마웠고, 

이 친구를 통해서 원의 교육철학의 실제를 많이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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