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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쌤 May 15. 2020

인생은 먹는 즐거움으로

친구를 위한 만찬

이런저런 이민생활의 고비를 넘을 때마다

옆에서 응원해주며

넌 레전드급이야!

라고 칭찬해주던 친구가 있었다. 


딸의 유학이 끝나며

5년 만에 한국으로 가버린 그 친구와 함께

내 마음 한켠도 같이 보낸 것 같았다.


나를 한국 드라마의 세계로 인도한 친구.

차가 없던 날 위해 발이 되어주고,

방황하던 둘째 데려다 조용히 라면 끓여주고

딸이 혼날까 봐

나에게 말하지 않았던 속 깊은 친구.


그런 친구가 한국에 간다고 하니

정말 보내기 싫었지만,

든든히 먹여보내고 싶어서

한 상 차려보았다.    



오이 도라지 무침

한인마트에 인기 없던

말린 도라지.

아무 기대 없이 물에 불렸는데,

생도라지 못지않은 상태로 변신했다.


좀 씁쓸하니,

소금, 설탕, 식초 조금 넣어 불리면,

밑간이 되어서 

오이와 무칠 때 훨씬 맛 내기가 수월하다.  


기본 초장 만들어

양파, 파, 참기름 등을 추가해서

무쳐낸다.  


주키니 호박볶음

여긴 애호박이 없고, 주키니 호박만 있다.

양파, 당근을 볶다가

무채처럼 썰어 둔 호박을 넣고 같이 볶는다.

파를 넣고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하고

들기름이나 참기름으로 마무리.


특히

잔치국수 위에 고명처럼 얹으면

별미다. 


마늘종 장아찌

캐나다 농부 아저씨에게 산 유기농 마늘종.

Garlic stem 또는 Garlic shoot이란

이름으로 비싸게 팔린다.


간장과 물, 설탕, 식초를

모두 1로 잡고 끓인 후

씻어 잘라둔 마늘종에 붓는다.

일 년 내 밥반찬으로 요긴하다.

열무김치    

지인이 직접 농사지은 열무를 나눠주셔서 

뿌리도 아까워서 자르지 않고 담았다.

여름철에만

farmer's market에서 잠깐 살 수 있는 귀한 야채다.


김치 양념과 동일하고

열무 물국수, 비빔국수 하기 좋게

물을 넉넉히 넣어서 담았다.


닭볶음탕

기존 레시피와 비슷한데

난 들깨가루를 마지막에 넣어

국물을 걸쭉하게 하고

들기름을 넣는다. 


고기만큼이나

감자 특히 고구마를 넣으면 맛있다.

상에 낼 때는 

비싸고 귀하신 깻잎을 깔아서 향을 더했다.            



이제 그 친구가 떠난 지 일 년이 지났다.

여기로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내 걱정이 무안하게

변해버린 한국에 적응하며 너무 잘 살고 있다.


여긴 비가 똑바로 내려서 우산을 쓸 수 있어!

하면서 아이처럼 좋아한다.

(이곳은 우산을 쓰기 힘들게 비가 옆으로 내린다^^)


언젠가 다시

맛난 음식과 같이할 즐거울 수다를 상상해본다.

친구가 최근에 만들었다는 쑥 케이크가 궁금하다.


동네 잔디가 쑥으로 보이는

이 착각을 뒤로하고

나는 다시 냉장고를 뒤지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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