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위한 만찬
이런저런 이민생활의 고비를 넘을 때마다
옆에서 응원해주며
라고 칭찬해주던 친구가 있었다.
딸의 유학이 끝나며
5년 만에 한국으로 가버린 그 친구와 함께
내 마음 한켠도 같이 보낸 것 같았다.
나를 한국 드라마의 세계로 인도한 친구.
차가 없던 날 위해 발이 되어주고,
방황하던 둘째 데려다 조용히 라면 끓여주고
딸이 혼날까 봐
나에게 말하지 않았던 속 깊은 친구.
그런 친구가 한국에 간다고 하니
정말 보내기 싫었지만,
든든히 먹여보내고 싶어서
한 상 차려보았다.
한인마트에 인기 없던
말린 도라지.
아무 기대 없이 물에 불렸는데,
생도라지 못지않은 상태로 변신했다.
좀 씁쓸하니,
소금, 설탕, 식초 조금 넣어 불리면,
밑간이 되어서
오이와 무칠 때 훨씬 맛 내기가 수월하다.
기본 초장 만들어
양파, 파, 참기름 등을 추가해서
무쳐낸다.
여긴 애호박이 없고, 주키니 호박만 있다.
양파, 당근을 볶다가
무채처럼 썰어 둔 호박을 넣고 같이 볶는다.
파를 넣고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하고
들기름이나 참기름으로 마무리.
특히
잔치국수 위에 고명처럼 얹으면
별미다.
캐나다 농부 아저씨에게 산 유기농 마늘종.
Garlic stem 또는 Garlic shoot이란
이름으로 비싸게 팔린다.
간장과 물, 설탕, 식초를
모두 1로 잡고 끓인 후
씻어 잘라둔 마늘종에 붓는다.
일 년 내 밥반찬으로 요긴하다.
지인이 직접 농사지은 열무를 나눠주셔서
뿌리도 아까워서 자르지 않고 담았다.
여름철에만
farmer's market에서 잠깐 살 수 있는 귀한 야채다.
김치 양념과 동일하고
열무 물국수, 비빔국수 하기 좋게
물을 넉넉히 넣어서 담았다.
기존 레시피와 비슷한데
난 들깨가루를 마지막에 넣어
국물을 걸쭉하게 하고
들기름을 넣는다.
고기만큼이나
감자 특히 고구마를 넣으면 맛있다.
상에 낼 때는
비싸고 귀하신 깻잎을 깔아서 향을 더했다.
이제 그 친구가 떠난 지 일 년이 지났다.
여기로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내 걱정이 무안하게
변해버린 한국에 적응하며 너무 잘 살고 있다.
하면서 아이처럼 좋아한다.
(이곳은 우산을 쓰기 힘들게 비가 옆으로 내린다^^)
언젠가 다시
맛난 음식과 같이할 즐거울 수다를 상상해본다.
친구가 최근에 만들었다는 쑥 케이크가 궁금하다.
동네 잔디가 쑥으로 보이는
이 착각을 뒤로하고
나는 다시 냉장고를 뒤지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