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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쌤 Apr 28. 2020

9) 오늘은 학생비자 못 준다

정부가 의도한 대로 외국인인 나의 취업은 사실상 힘들게 되었다.

취업이 될 줄 알고 유치원 근처로 일 년짜리 타운하우스로 이사도 했는데 이건 또 어떻게 해야 하나?    

6월쯤이면 내가 벌어서 생활할 수 있으니, 경제적으로 부담 주지 않을 거라고 남편에게 큰소리치고 왔는데, 잡았던 기회도 날아가고, 가져온 내 돈은 계속 떨어져 갔다.     

자신감 충만하던 난 사라지고 절망 속에서 속만 타고 있는데, 유아교육 전문대로 편입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얻었다. 


한국에서 이미 전공했으니, 편입으로 빨리 졸업장을 받아 취업비자를 받고, 일 시작한 지 일 년 후 영주권을 신청하는 방법인데,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내가 대학생이 되면 둘째는 무상교육을 받으니, 그 당시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1년만 공부하면 1년짜리 취업비자를 주니 영주권 신청이 마무리되기까지 충분치 않아 불안했지만, 어차피 돈은 없고 시간도 없어서 

이렇게 된 거, 내 인생 어떻게 굴러가나 어디 한번 보자

내 인생 걸고 배팅하듯 결정을 했다.     


문제는 예산.

에이전시에서 차선책으로 제안한 주정부 이민은 내가 거절하고, 일부 환불을 요청했다. 

한국에서 혼자 지내며, 적어도 1년은 생활비와 내 학비까지 지원해야 하는 남편에게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 대학 학비가 타 대학보다 저렴하고, 에이전시에서 환불받은 돈 보탤게, 그동안 마누라 공부시키느라 고생한 거 아는데, 한 번만 더 투자해요! “

난 너무너무 절박했고, 남편은 무슨 맘이었을지 헤어리기 힘들었지만, 어렵게 동의해주었다. 


이제 다음 단계는 편입 심사,  IELTS 시험 보기, 학생비자받기.    


편입 심사

한국에서 받은 수업들의 내용을 자세히 서면 제출했고, 검토한 학교 담당자는

“네가 면제받을 과목이 너무 많아서 이렇게 하면, Certificate(1년제 수료증)을 받게 될 텐데, 이왕이면 Diploma(2년제 수료증)를 받는 게 좋지 않겠어? 면제받을 과목에서 두 개를 수강하면 Diploma를 받겠네.”

라고 조언해주었다.

    

4번의 실습 중에 3개 필수

일부 강의는 1학년과 일부는 2학년과 수강

리포트와 프레젠테이션만으로 통과되는 PLAR(Previous Learning and Recognition) 과목 확보  

  

이대로라면 9월에 시작해서 1, 2학기에 수강과 실습 두 개를 끝내고, 4월 말 졸업식, 5월에 집중실습 한 달이면 모든 게 끝난다.     


IELTS 시험 보기

외국인은 영어성적이 있어야 입학이 가능한데 , 8월 초 시험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

목표 점수가 안 나오면 9월 입학이 안 되니 그냥 한국에 가야 한다.

조건부 입학 과정이 여의치 않아 큰딸도 같이 시험을 치르게 되었고, 그때 우리 둘의 운명이 이 시험에 걸렸었다.

이민을 위한 General 점수가 있다지만, 입학엔 쓸 수 없었고, 훨씬 더 높은 난이도에 겁이 났다.

특히나 내 생각을 논리적으로 써야 하는 Writing(쓰기) 영역이 힘들었다. 


일주일 후 결과가 나왔다. 둘 다 PASS!!!!!    


학생비자받기

제일 가까운 캐나다와 미국이 접한 국경에 가서 학생비자를 받아야 했다. 

차로 10시간 운전하거나, 직항 비행기로 2시간 걸리는 뉴욕에 가거나.

성수기 8월 중순의 뉴욕행 티켓은 비쌌다. 거기다 각각 두 번씩 경유, 24시간 안에 비행기 이, 착륙을 6번 경험해야 하는 것이다.


생전 처음 가는 뉴욕.

구경이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딸들도 없는데 국제 미아되긴 싫어서 얌전히 공항에만 있다가 다시 돌아왔다. 

새벽에 나와 6번의 비행으로 속은 뒤집어지고, 한밤중에 도착. 

이제 공항 이민국 사무소에 가서 인터뷰하고 학생비자(Study permit) 종이 한 장 받고 가면 된다. 

딸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직원: 어디 갔다 오는 길이야?

나: 뉴욕

직원: 왜 갔어?

나: 학생비자받으려고 오늘 갔다 오늘 오는 길이야

직원: 그래? 기다려봐!

한참을 기다리게 하더니 나타나

직원: 오늘은 학생비자 못 주겠다. 프린터가 고장 났어. 언제 고칠지 몰라. 내일 와보던지.   

 

정화된 언어로 표현하자면 화가 아주 많이 났다.

내가 캐나다 와서 겪은  정말 어이없고 열 받았던 수많은 순간 중 하나.

하루에  두번이나 차편을 제공해주신 지인께 사정 이야기를 하고, 다음날 다시 와서 받아갔다.

하루 만에 고쳤으니 그나마 빠른 거라고 해야 하나?


여. 하. 튼.

받아냈다. 학생비자!!!!!


(핼리팩스 공항, 출처: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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