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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쌤 Apr 26. 2020

8) 나 비행기 태워줘, 혼자 한국 갈래!

이대로라면, 둘째는 캐나다 학교 구경도 못해보고, 한국에 가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서둘러 둘째를 동네에 있는 Inglis 초등학교에 보냈다.

5학년으로 해달라는 나의 제안은 거절당하고 6학년으로 배정되었다.  

  

둘째는 처음부터 걱정을 안 했다. 

9월에 대학 입학해야 하는 큰아이 학원 진도 걱정, 물거품이 돼 버릴 내 꿈 걱정에 바빠서 둘째는 힘들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등교 첫날, 다행히 친구와 노는 모습에 안도했는데, 어느 날은 웃으며, 어느 날은 시무룩해서 하교했다.

사춘기 여자아이들은 이미 유치원, 저학년 때부터 친한 친구들이 있고, 작은 학교라서 그 그룹들의 유대감이 더 강했는지, 친구들이 놀아주는 날엔 웃고 오고, 그렇지 않은 날은 힘들어했다.


지방도시에서 영어 좀 했다지만, 모든 과목의 수업을 영어로 한다는 것과, 특히 불어는 처음이어서 진도 따라가기도 힘든 상황.     

하루는 둘째가

“나 비행기 태워줘, 혼자 한국 갈래! 한국에 있는 친구들도 보고 싶고.”

라며 울었다. 


내 코가 석자라서 보지 못했던 둘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캐나다 일상이 지루하고 어려웠다. 

일단 영어가 100프로 유창하지 않았고, 친구들은 하교 후 끼리끼리 노는데, 얘는 대부분의 날들을 혼자 집에서 휴대폰과 보냈다.


한국에서 상상한 캐나다 초등학생들은 초원에서 맨발로 뛰어다녔는데, 와보니 있는 집 아이들은 승마와 유도, 댄스, 악기 레슨 받으러 다니느라 바빴다. 

아! 여기도 사교육이 있다니......

**학원 같은 간판이나 학원 차량이 없어서 몰랐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 진도를 위한 개인과외와 예체능 교육을 따로 받고 있었다.

물론 지역 차이와 부모의 경제적 능력 차이가 있긴 하다.

하필 그 학교, 그 학급이 그랬다.


한국에선 비슷한 평수의 아파트에서 살았고, 같은 학교, 같은 학원 다니니, 빈부의 차이라는 걸 모르고 살던 아이가 캐나다에 와서 다른 문화를 알게 되었다.    

 

의사 부모를 둔 아이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아 1박 2일의 파티를 하고 온 아이가

“엄마, 난 우리 집에 친구들 초대 못할 거 같아.”

하길래 찾아보니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그 집은,  gym, 극장 시설까지 갖춘 17억짜리 집이었다.    

마음 같아선

‘언니에게 하나 있는 방 주고, 엄마랑 같이 거실에서 이불 깔고 잠자고, 가구 하나 없지만, 이 작은 집을 부끄러워하지 마. 엄마가 취직만 하면 다 잘 풀릴 거야. “

라는 말로 일장 연설을 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아이의 맘이 너무 힘들었다.    


직업, 집, 차, 돈, 아빠(남편), 내 방, 친구, 한국음식. 

이런 것들이 없이 살아보니 나도 아이도 많이 힘든 건 사실.    


“이것도 사회공부라고 생각하자. 이렇게 넌 또 세상을 알아가는 거지”

라는 듣지도 않을 위로를 하며 난 또 한 번의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사진출처: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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