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출근
스마트폰 알람이 저를 깨웁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알람을 맞추고 일어납니다. 익숙해질 만도 한데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기는 힘이 듭니다. 날씨가 추워져서 몸이 이불 밖으로 나가기 싫어합니다. 꾸물꾸물 움직이면서 몸을 달래 봅니다. 3번째 알람이 울립니다. 더 이상 몸과 타협은 없습니다. 신음소리와 함께 일어납니다.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닙니다.
오늘도 출근입니다.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합니다만, 그렇다고 몸이 안 피곤한 건 아닙니다. 버스 정류장에 낯익은 사람들이 서 있습니다.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얼굴은 아는데 한 번도 인사를 한 적은 없습니다. 버스를 타기 전에 정류장 옆에서 항상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는 퇴근할 때 음식물 쓰레기통 옆에서도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담배연기와 같이 버스에 탑니다. 저와 출퇴근 시간도 같나 봅니다. 그분이 재택근무하길 잠시 기원해 봅니다.
버스에서 내려서 지하철 역을 향해서 걸어다가 습관처럼 사람들이 달리면 저도 달립니다. 세렝게티에서 사자를 피해서 도망가는 가젤처럼 무리 지어서 승강장으로 달립니다. 지하철이 때마침 도착합니다. 지하철 중앙으로 들어가야 자리에 앉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을 헤집고 들어가, 저의 감각으로 곧 내릴만한 남자분 앞에 섰는데 뒤에 타신 여자분에게 밀리면서 옆자리에 서게 됐습니다. 역시나 그 자리는 곧 비었고 여자분은 앉았습니다. 제가 선자리 좌우 옆자리는 사람이 계속 바뀌었고 저는 내릴 때까지 1시간 서서 갔습니다. 계단을 오르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철 입구에 도착한 순간 집에 가고 싶어 졌습니다. 어제는 설렘이가 밤에 짖는 바람에 잠도 설쳤습니다. 회사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졌습니다.
회사: 누구나 가고 싶어 하지만, 모두들 가기 싫어하고, 아무나 가지 못하는..
어제는 사장님의 하소연을 1시간 이상 들었습니다. 저보다 재산이 천배는 더 많으신 분인데 돈을 더 벌게 도와 달라고 합니다. 회사는 모든 직원이 합심해서 사장님, 주주분을 부자로 만들어 주는 곳입니다. 회사 덕분에 생활은 되는데 저는 부자가 못 됩니다. 참 이상합니다.
사장님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