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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하면 비로소 안 보이는 것들

세미야 잘 지내지?

by freetime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재택근무를 하다 출근하다를 주기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처음 재택근무를 하라고 했을 때가 생각난다. 출근했는데 재택근무가 주간회의에서 결정됐다. 회사 생활을 오래 했지만 이전에 재택근무를 해본 적이 없었다.


재택(在家) : 집에 머물러 있음
근무(勤務) : 직장에 적을 두고 업무를 보는 것
재택근무(在家勤務) : 회사와 연결된 통신 회선으로 연결된 장치를 두고 집에서 회사 업무를 보는 행위


재택근무는 집에 머물면서 일을 하지만 회사와 연결은 끊어지지 않는다. 연결된 회선은 없지만 카톡, 이메일, 스마트폰으로 회사와 연결되어 있다. 업무를 보기 위해서 회사의 자료를 가져오거나 집에는 없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원격 데스크톱 접속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집과 회사의 컴퓨터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간단히 해결했다. 회사의 컴퓨터를 집에서 내 컴처럼 사용이 가능하다. 편리한 세상이다.


재택근무를 몇 주간 경험하면서 예전에는 자주 접하고 보이던 것들이 안 보이게 된다.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안 보이면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는 당연하게 안 보이게 된다.


1. 카페

회사에서 자주 커피를 직장 동료들에게 사준다. 너무 좋은 직장 상사인가 보다. 내 돈 주고 커피, 차, 음료를 사준다. 출근하기 힘든 월요일과 한주의 업무가 마감되는 금요일에 주로 산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회사에 출근해야 되는 이유를 만들면 월요일 출근이 좀 가볍다는 글을 읽었다. 월요일 출근해서 카페에 가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겠다고 상상하면서 출근을 하면 발걸음이 좀 가볍다는 착각이 잠깐 든다. 커피를 즐겨 마시는 편은 아닌데 커피를 사는 이유는 카페로 걸어가고, 주문을 해서 커피를 받고, 돌아오면서 나누는 이야기 때문이다. 다른 직원의 사는 이야기, 관심사를 듣는 게 좋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카페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가기도 어렵고 집에 있다 보니 이제는 보기도 어렵다.


2. 옷장

재택근무하면 자고 일어난 복장 그대로 일을 한다. 물론 화상 회의가 있으면 상의는 정성스럽게 차려입는다. 재택근무의 복병들이 설치고 다니는 순간에도 위에는 셔츠였고 바지는 파자마였다. 화상 회의는 빈번하게 있는 일이 아니라서 옷장을 안 보게 된다. 외출을 위한 옷은 소용이 많이 줄었다. 자연스럽게 집에서 편하게 입는 옷에 더 손길이 가게 된다.


링크 : 재택근무의 복병


3. 자동차

나의 오래된 가족 같은 자동차 일명 "세미"를 안 보게 된다. 운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자동차는 분명 특별한데 말이다. 예전에 대학원에 다닐 때 밤을 새워서 과제를 하고 새벽에 집에 갈 때 그 넓은 주자창에서 나를 기다리던 자동차의 모습은 잊을 수가 없다. 춥고 눈 오던 그날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던 차가 너무 고마웠다. 원하던 곳에 데려다주고 무거운 물건도 옮겨주고 추위와 더위를 막아주던 그 고마운 차를 볼일이 별로 없다. 운전을 안 한지도 2주가 넘은 거 같다. 차가 주차장 어디 있는지도 지금 모른다. 보고 싶다 세미야!


4. 마트

대형 마트가 처음 생기고 나서 거기는 놀이터였다. 온갖 물건들, 시식 코너, 푸트코트는 끊기가 너무 힘들었다. 아이들을 카트에 태우고 물먹는 하마처럼 진열된 상품들을 쓸어 담았다. 카트라는 상술에 속아서 너무도 쉽게 물건을 구매하고 소비했다. 마트에 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몇 주, 몇 달 전인지 잘 모르겠다. 요즘은 인터넷 쇼핑으로 물건을 주로 구매한다.


5. 담배 피우던 아저씨

예전에 썼던 글 중에 나오는 그 아저씨 맞다. 나의 아침 출퇴근 시간에 딱 맞게 담배를 피우던 아저씨가 안 보인다. 내가 재택을 하니 자연스럽게 볼 일이 없다. 그분이 재택근무를 하길 바랬는데 내가 재택근무를 해서 그렇다. 지금도 어디선가 담배를 피우시는지 모르겠지만 담배를 끊었으면 좋겠다.


계절의 변화 Photo by freetime


적고 보니 예전에 당연했던 것들이 다르게 보이는 순간들이 왔다. 생활도 많이 달라지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재택근무도 하고 있다. 적응이 되고 살아지는 걸 보니 신기하기도 하다. 삶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또 거기에 다시 적응해야 되는 시기이다. 그렇게 또 살아가야 하나 보다.


PS. 출근 할때는 매일 샤워를 했는데 몸이 찬 체질이라서 그런지, 겨울에는 시작하기는 싫지만 한번 하면 그만두기 힘든게 샤워였다. 재택 근무를 하면서 샤워를 덜 하게 된다. 머리를 감든지 간단히 씻는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국가이다. 샤워할때 많이 쓰던 물에게 미안했는데 재택 근무로 물을 절약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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