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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time Dec 07. 2020

딴짓의 역사

딴짓 맛집

돌이켜보면 참 다양한 딴짓을 했습니다. 청바지를 팔아보려고 웹사이트도 없이 도메인을 먼저 구입했습니다. 5년을 계약했는데 홈페이지는 만들어 보지도 못하고 사업을 접었습니다.


다음으로 장난감을 팔아보기로 했습니다. 미국에서만 판매하는 나무 장난감 차를 사 와서 팔기로 했습니다. 미국에 있던 친구가 샘플로 2개를 사서 보내줬습니다. 옥션에 올리고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같이 팔아보기로 한 직장 동료의 안사람에게 제품 포장 학원비를 제가 지원해줬습니다. 옥션에서 장난감 자동차를 검색하면 우리 제품이 40페이지 맨뒤에 있었습니다. 앞 페이지에서 보이게 하려면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됩니다. 돈내기 싫어서 장난감 사업도 접었습니다.


아이들이 오랫동안 잘 가지고 놀았던 자동차


앱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사진 앱을 만들었습니다. 버튼 없이 화면 터치 만으로 사진이 촬영되는 앱이었습니다. 다운로드도 비교적 잘되고 시간을 많이 투입해서 앱을 개선했습니다. 여러 사이트에 홍보도하고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한 개의 앱에 집중해도 성공 확률이 낮은데 다른 앱을 동시에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게임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숫자로 하는 애니팡 같은 게임이었습니다. 디지이너도 없이 제가 직접 이미지 작업을 하고 회사 동료가 코딩을 하면서 만들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너무 어렵다고 했습니다. 무시하고 출시했습니다. 다운로드도 안되고 재미도 없고 어려운 게임을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망했습니다. 그동안 관리에 소홀했던 사진 앱도 같이 망했습니다.


게임과 멈춰버린 날씨앱


날씨 앱을 만들었습니다. 이 앱도 제가 우산 들고 다니기 싫어서 만들었습니다. 별도의 시장조사 안 했습니다. 제가 만들고 싶은 거 했습니다. 정부지원 창업과제에도 지원했습니다. 역시 탈락했습니다. 탈락은 제 딴짓의 일부입니다. 계속 만들었습니다. 계속 떨어지는 국내 정부과제 지원이 아쉬워서 저 멀리 해외, 덴마크 스타트업 정부 지원 과제에 지원했습니다. 처음에는 반지 관련 아이템으로 지원했는데 계속 탈락을 해서 국내에서 지원했던 날씨 앱으로 지원했습니다. 유럽 선진국에서는 나를 알아봐 줄 거라고 믿었습니다. 탈락했습니다. 보는 눈은 다 같은가 봅니다. 지원, 탈락, 지원, 탈락, 계속 지원했습니다.


탈락 사유에 대해서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수정하고 개발 내용을 개선하면서 계속 지원했습니다. 처음보다 제안서의 내용이 너무나 개선되어 있었습니다. 저도 잘 인지 하지 못했는데 최종 버전은 구성, 내용 전개, 디자인이 향상되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회사에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데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마침내 덴마크 스타트업 과제에 선정됐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소리를 지를 뻔했습니다.


덴마크 가고 싶습니다


아이들 유치원비 지원, 의료비 무료, 5년간 비자 제공, 사무실 무료 제공, 가족에게 동일한 혜택 제공까지 너무 좋은 조건을 제시받았습니다만 개인 사정으로 못 갔습니다. 덴마크에서 스타트업도 포기했습니다.


날씨 앱은 성과가 좋았습니다. 제가 필요해서 만든 앱인데 중국에서 900% 다운로드 증가가 발생했습니다. 광고수익도 나기 시작했습니다. 암울했던 저의 딴짓 흑역사를 뒤로하고 이제 광명이 비치는가 했습니다. 2년간의 고생이 보상을 받는 듯했습니다. 갑자기 개발을 담당하던 팀원이 퇴사를 하고 다른 일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날씨 앱도 접었습니다. 저는 앱 관련 개발을 잘 모릅니다. 그렇게 앱 관련 사업은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는 OS 업데이트도 안 되는 흰색 맥북만 과거를 추억하고 있습니다.


저는 딴짓을 했지만 모두 좋은 딴짓이었습니다. 생산적인 딴짓은 언젠가 도움이 됩니다. 하다가 그만둔 딴짓은 마치 씨앗처럼 땅속에 잠들다가 언젠가 싹을 틔어 열매를 맺기도 하고 비료처럼 양분이 되어 다른 딴짓의 밑거름이 되기도 합니다. 업무에도 도움이 되고 개인의 성장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줍니다. 딴짓을 안 할 이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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