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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time Dec 23. 2020

산타와 자가격리

루돌프 사슴코

이제 곧 크리스마스 이브다. 나는 이제 그냥 크리스마스 전날이고 다음날 쉬는 날인거 말고 감흥이 없는, 감성이 메마른 아재다.


아이들에게 일 년 중에 기다리는 날이 딱 2일 있다. 첫 번째가 생일이고 두 번째가 바로 크리스마스이브다.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시는 날이기 때문이다. 생일날에 이어서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무슨 선물을 받고 싶은지 물어봤다. 당연히 예상이 되는데 딱 그 답이 돌아왔다. 해리포터 레고 선물이라고 했다. 해리포터, 해리포터, 낮에도 해리포터 영화를 또 봤다. 봤던 해리포터 또 봤다. 조안 롤링 작가님이 안다면 뭔가 바로 선물을 줄 거 같기도 하다. 근데 연락처를 모른다.


올해 산타 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이브에 못 올 거 같다고 했다. 아이들이 왜라고 물어봐서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 와도 자가 격리를 해야 돼서 임시 보호소에 2주간 있다고 온다고 했더니 표정이 안 좋다. 아들이 그럼 우리나라 말고 다른 나라 다 들르고 격리하고 오면 내년에 선물 받을 거 같다고 하면서 실망한다.


아빠는 선물도 안 주면서 그런 말 한다고 아들이 째려봤다. 그때 딸이 기발한 생각을 했다. 그럼 루돌프를 대신 보내면 된다고 했다. 루돌프는 동물이라서 자가 격리 필요 없으니 선물 바로 받을 수 있겠다고 했다. 천재 같다.


내가 산타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해 보겠다고 했다. 전화해서 이번 크리스마스에 오는지 물어보겠다고 했다. 아들이 전화번호 아는지  물어봐서, 그럼 당연히 전화번호 알지라고 했다. 그러자 그럼 우리 앞에서 전화 바로 걸어봐 했다. 애들이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애들을 놀리기 위해서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그뒤로, 애들이 아빠는 선물도 안주면서 그런말 했다고 자꾸 뭐라고 한다. 아 확 불어버리고 싶다.


선물 주는 사람 아빠다.
산타가 니 아빠다.
산타 이 집에 살아!


코자는 설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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