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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time Jan 17. 2021

부캐의 빌런

니가 마감의 쫀득함을 알아?

요즘 여건상 아이들이 주로 집에 있습니다. 활동량도 적고, 많이 심심해합니다. 넘치는 힘과 해소할 대상이 필요합니다. 아빠를 장난감으로 취급합니다. 


월요일까지 마감해야 되는 일이 있습니다. 인형을 던집니다. 계속 던집니다. 머리에 맞았습니다. 점점 단단한 인형을 던집니다. 화가 누적되다가 발산하기 직전입니다. 감정이 폭발할 그 순간 3자의 시점으로 저를 바라봅니다. 신기하게 화가 누그러듭니다. 


수첩, 펜을 다 들고 가서 숨겼습니다. 돌려 달라고 했는데 안 줍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다가 잠시 양치하는 순간 마우스, 키보드도 다 들고 갔습니다. 화를 내지 말고, 애타게 돌려 달라고 하면 굉장히 좋아합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힘으로 뺏어오다 애들 울리기 부지기수였습니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닙니다.


키보드, 마우스는 협상을 통해서 평화적으로 돌려받았습니다. 양측이 모두 만족스럽게 합의를 봤습니다. 업무 내용과 일정이 있는 수첩과, 휴대폰은 아직 볼모로 잡혀있습니다. 언제 석방될지 모릅니다. 애들 금고 안에 있는데 돌려받아도 쓸 수 없게 금고채로 줄 겁니다. 


주말에 미루고 미루다가 재활용 쓰레기를 오후 늦게 버립니다. 버리면서 짜증도 납니다. 일의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아침에 재활용 쓰레기 먼저 버렸습니다. 제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싫은 일을 먼저 했습니다. 차선책도 나쁘지 않습니다. 


주어진 상황을 원망과 비난만 하는 것보다 그 순간 할 수 있을 일을 찾아서 시간을 벌고 후일을 도모해도 괜찮습니다.


저에게는 어벤저스 같은 존재입니다. 빌런들의 시선을 잠시 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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