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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상상은 현실이 안된다

도착역은 융프라우

by freetime

일을 제때 끝내지 못했습니다. 오늘이 마감인데 말입니다. 이제 출근해서 고객에게 못했다고 전화해야 합니다. 안 그래도 출근하기 힘든데 오늘은 더 출근하기 싫습니다.


대기업 개발자는 억대 연봉을 받고, 보너스를 수천만 원 받았다는 기사는 남 얘기 같습니다. 개발자 구하기는 어렵고 일은 많아지고 납기 맞추기는 어렵습니다만, 할 말은 없습니다. 저의 무능 때문입니다. 무능한 팀장 밑에 달랑 한 명 있는 개발자가 고생이 많습니다.


별의별 상상을 다 해 봅니다. 버펄로 떼가 도심에 출몰해서 교통이 마비된다든지, 제가 몰랐던 친척이 나타나서 거액의 유산을 물려받고 계약금을 돌려주는 그런 상상을 합니다.


잠시 즐거웠습니다. 영화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네요. 뭐라고 말해야 되는지 난감합니다. 고객이 화를 내겠죠. 사장님께 보고도 할 겁니다.


내려야 할 지하철역이 스위스 알프스 정상이면 좋겠습니다. 가는데 몇 달이 걸리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멀다고 생각했던 회사가 오늘은 너무 가깝게 느껴집니다. 곧 회사에 도착합니다.


저는 오늘도 지하철을 타고 출근합니다.


저런 경치 보면서 컵라면을 먹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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