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룽지 피자
하루에 세끼를 먹습니다. 참 많이도 먹습니다. 아침하고 돌아서면 점심, 돌아서면 저녁입니다.
안사람이 끼니를 준비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마트에 가서 반찬거리를 사 오기도 하고, 온라인으로 식자재를 주문하기도 합니다. 무거운 쌀은 배달을 시키기도 합니다. 3만 원 이상 배달을 해 주기 때문에 꼭 필요 없는 물건을 살 때도 있습니다.
재료가 준비되면 인터넷으로 요리 방법을 찾아보거나 요리 책을 사서 반찬을 만듭니다. 요리책이 있다고 준비가 쉬운 게 아닙니다. 재료가 없을 수도 있고 애들이 안 좋아하는 반찬은 피해야 하니 임기응변도 필요합니다. 정성 들여 준비했는데 맛이 없을 때도 있습니다. 물론 무조건 맛있다고 해줘야 합니다. 생존 본능이죠.
아 밥도 해야 합니다. 밥은 밥통이 해 줘서 간단해 보이는 게 겨울에 찬 물에 쌀 씻는 게 고역입니다. 손이 너무 시립니다. 농약이 있어서 한번 더 씻어야 돼 와 손 시려 그만 씻어도 된다고 하는 2개의 마음이 싸웁니다. 아이들 때문에 결국은 한번 더 씻고 맙니다.
안사람이 폭탄선언을 했습니다. 주말에 한 끼는 저 보고 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 밥하는걸 정말 싫어합니다. 뭐 먹지 고민하는 게 싫은가 봅니다. 문제는 제가 해주는 밥을 애들이 너무 싫어합니다.
나름 요리를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제 요리는 애들이 거부합니다. 양념 게장 해서 안사람 학교에 찾아가기도 하고 연어 요리도 잘하고, 잔치 국수도 잘 만드는데 애 들만 제 요리가 싫다고 하십니다.
참고로 잔치 국수는 제가 만든 거보다 더 맛있게 만드는 식당을 못 찾았습니다. 먹어본 사람이 다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애들이 제 국수 싫어합니다. 좌절입니다.
누룽지 피자를 해 줬습니다. 안사람이 개발한 요리입니다. 만들기 쉽고 맛있습니다. 애들이 그나마 불평 없이 먹어줍니다.
누룽지 위에 스파게티 소스를 푸짐하게 발라줍니다. 치즈도 푸짐하게 뿌려줍니다. 에어 프라이기에 5분 돌려줍니다. 맛있게 먹습니다. 참 쉽죠. 어른은 핫 소스 뿌려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