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eetime Apr 20. 2021

영어 동화책 읽어준 아빠의 탄성

마블 영어 동화책으로 퀴즈 내봤어?

오래간만에 산책을 했습니다. 계속 집에만 있었는데 운동 부족입니다. 신체의 잠재 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내 몸에 있는 모든 근육 세포를 달래고 깨우면서 공원으로 나갔습니다.


요즘은 애들이 마블 동화책에 꽂혔습니다. 매번 마블 영어 동화책을 읽어 달라고 합니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블랙 위도우, 토르, 팔콘, 호크아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책을 영어로 읽어 줍니다. 예 저는 영어로 동화책을 읽어 주는 아빠입니다. 발음 때문에 주눅은 들지만 자부심은 하늘을 뚫고 나갔습니다.


뭐 예상은 했지만 산책 나가기 전부터 마블 퀴즈 준비하라고 하십니다. 따님이 미리 지시하셨습니다. 저는 지시만 받고 삽니다. 공원을 돌면서 심심하지 않게 문제를 내 달라고 했습니다. 정확하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 문제 내봐"라고 말이죠. 예 내야죠. 그래서 문제 냈습니다.


나: 지구를 수호하는 비밀 단체 S.H.I.L.D라고 있어,
딸: 퓨리
나: 문제를 내는 사람의 성의를 봐서 문제를 다 내면 답 좀 해
딸: 문제 다시 내봐
나: 싫어
딸: 그럼 다른 문제 내


마블에 퀵실버라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예전에 영어 동화책 읽어줄 때 빛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엄청 빠른 사람이라고 알려줬습니다. 애들이 그렇게 빠른데 어떻게 누구랑 안 부딪히고 잘 달릴 수 있나고 물어봤습니다. 저는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던 부분입니다. 그러게요, 빛의 속도로 달리는데 사고 없이 잘 달리는 게 이상하긴 합니다. 새로운 시각입니다.


저는 당황하지 않고, "퀵실버가 빨리 달리면 엄청한 가속도로 인해서 시공간이 달라지고 퀵실버 주변의 공간은 시간이 천천히 흘러서 눈에 보이는 모든 게 아주 느리게 움직이는데, 주변 모든 사물이 빠르게 움직여도 본인은 안 다치고 잘 달릴 수 있는 거야"라고 알려 줬습니다. 산책할 때 퀵실버 퀴즈를 냈습니다.


나: 퀵실버가 빨리 달려도 안 다치는 이유
딸: 제 딴엔 느려


처음에는 웃기기도 했는데 속으로 탄성을 질렀습니다. 저렇게 복잡하고 오묘한 물리 정보를 깊이 있고, 느리게 설명했는데, 단 한 문장으로 빠르게 답하는 딸의 반응에 놀랐습니다. 혹시 딸도 퀵실버의 능력을 가진건 아닐까요.


우린 모두 퀵실버가 아닐까요? 나만의 시공간을 자세히 살펴봐야겠습니다.


퀵실버의 빠른 능력을 가지고 싶습니다. 집안일 1초 만에 다 해치우고 쉬어, 아니 영어 동화책 읽어 줄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초등학생 딸에게 영어 발음 교정받는 아빠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