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가는 손을 비비며 문을 열자 폐부 깊숙이 밀려들어오는 그 커피 향이, 마치 잠시나마 스페인의 어느 섬에라도 온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블루 마운틴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언 몸을 녹이었다.
건물 뒤편 산자락으로 내려앉는 석양이 제법 운치 있어 보인다. 단출하지만 노출 콘크리트와 원목이 잘 조화된 커피숍 내부가 멋스러웠고,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거친 추상화도 인상적이었다. 옆자리에서 쿠키를 오븐에 넣는 중년의 여사장이 그녀에게 미소로 인사하였다. 기다리던 핸드드립 커피를 받아 마시는 순간, 그녀는 비로소 추위로 인해 자신의 등이 움츠러들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제야 속 깊이 담겨있던 겨울의 찬 공기를 내쉬었다.
두 손으로 커피 잔을 살며시 감쌌다. 온기가 올라오자, 반사된 석양빛이 꼭 언젠가의 해지는 바닷가와 닮아 보였다. 멀리 남국 어딘가로 여행을 갔을 때 들었던 '커피 한 잔 속에 낙조가 담겨있다.'라는 말처럼. 그곳에서는 바닷바람이 이마에 세월을 깊이 패어놓은 노인들이 손자에게 이런 농담을 한다고 들었다. 해가 수평선에 닿아 온 세상이 핏빛으로 물들 때, 뜨거운 해가 물에 닿아 부글부글 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이윽고 그 붉은 태양은 바다 속으로 없어지지만, 그 온기는 가슴 속에 살아 있다는 것이다.
아삭- 그녀가 쿠키를 베어 물자, 부글거리는 소리가 정말로 그녀 귓가에 들려왔다. 저만치에서 바리스타가 끓는 물을 옮겨 담고 있었고, 큰 유리창이 수증기와 햇빛으로 온통 붉게 물들었다. 어느새 눈이 내리려는지, 세상에서 회색이 빠져나간 것처럼 느껴졌다. 눈이 오는 날은 오히려 춥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