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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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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 용범 Mar 23. 2021

로터리를돌아나가다

 한 주가 다르게 익어가는 가을날. 아마 다음 주 즈음이면 바람 속에 낙엽 내음이 실려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지나온 세 개의 계절이 농축된, 깊은 암갈색의 부드러운 바람 말입니다.


 이와 닮은 곳이 있습니다. 조용한 대사관로 골목을 돌아 들어가면 보이는 한 주택. 윤성수 바리스타가 있는 한남동 아러바우트입니다. 작은 정원에는 그 낙엽 지는 감나무가 서 있고, 주택을 개조한 카페의 구석구석에는 직접 손을 본 흔적들이 묻어있습니다. 그가 런던 유학시절부터 오랜 시간 진중히 커피를 대해온 시간은 에스프레소 진액에, 또 이 공간의 오후에 깊이 녹아있습니다.


 익어가는 가을 오후, 라운드 어바웃을 향해 한남동 동네 한 바퀴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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