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햇살 아래 수줍게 아래로 향한 눈-꼭 껴안은 몸의 방향. 아마도 손을 깊이 덧얹어 잡고 있지 않을까-사월의 은은한 벚꽃 내음처럼. 몇 년 전 프랑스의 봄은 그랬습니다.
복도 따라 루브르 박물관을 막 나오는 중이었습니다. 웅성대는 수많은 인파에 마음 둘 곳 찾지 못하고 구경을 그만둔 것이지요. ‘모나리자로 가는 방향’이라는 표지에, 머릿속에서 감독님이 ‘Cut!’을 외쳤지 뭐예요. 그곳에서 모나리자를 보지 않고 나온 사람도 많지는 않을 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나오는 길에 우연히 복도 창가에서 마주한 저 순간으로 모든 것은 이미 충분했습니다. 사진을 전해주지는 못했습니다. 돌아나가는 길이 생각보다 길어, 그 사랑의 순간도 햇살처럼 지나가 버린 것이지요. 덧얹어 잡은 그 두 손을 쉬이 놓지 않기를 빈 벤치에 앉아 마음속으로 바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