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려는지 비가 주룩주룩 창을 두드리는 밤의 연속입니다. 이런 때 보기 좋은, 로망이 흘러넘치는 영화 추천. 서핑, 레이싱, 모터사이클.
다시 생각해보니 라스트 레터나 화양연화 같은 감성 넘치는 작품들이 아니군요. 그냥 제가 좋아하는 소재가 기준이었습니다.
Point Break(1991)
은행 강도들을 검거하기 위해 서핑 갱단으로 잠입하는 FBI 요원의 이야기. 서퍼로 위장하여 수사하는 과정에서 함께 시간을 공유하며 서서히 동화되어 간다. 구십 년대 감수성의 스코어와 서핑, 스카이 다이빙, 키아누 리브스의 스물일곱 살 시절 등 매력적인 포인트들이 담담한 연출로 합쳐진 작품. 후일 The Heat Locker(2008), Zero Dark Thirty(2012), Detroit(2017)등의 수작을 내놓은 캐서린 비글로우가 감독했다.
동시대 또 다른 미남 배우의 수작으로는 톰 크루즈 주연의 레이싱 영화 Days of Thunder (1990)를 추천. 이후 이어지는 레이싱 영화 추천에서 빼놓을 수 없는 Nascar의 Daytona 500을 무대로 하는 작품이다. 지금은 작고한 토니 스콧의 연출작.
Ford v Ferrari(2019)
포드와 페라리, 캐럴 셸비와 켄 마일스, 아버지와 자식 간의 이야기를 자동차 엔진의 세찬 고동과 찢어지는 듯 한 타이어 소리로 강렬하게 표현한다. 사실 작품 전반적인 줄거리는 65년식 Shelby 427 Cobra FAM(Ferrari’s Ass is Mine)의 탄생기라고 보아도 무색할 정도지만, 맷 데이먼과 크리스천 베일의 관록 있는 표현력은 이를 오히려 무언가에 대한 열정과 노력으로 승화시킨다.
사실 이는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연출이 컸다고 볼 수 있는데, 그의 전작인 3:10 to Yuma(2007), Logan(2017)와 같은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통 웨스턴 감수성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중반의 '퍼펙트 랩' 씬과도 같이.
드라마 플롯이 강하다 보니, 사실 레이싱 자체에 집중한 작품이라 보기는 어렵다. 스티브 맥퀸 주연의 Le Mans(1971) 또는 크리스 햄스워스의 Rush(2013)를 추천한다.
The World's Fastest Indian(2005)
광활한 소금 평원에서 47년 된 오토바이를 68세의 버트 먼로가 타고 세운 신기록 295km/h, 그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았다.
미국 유타주의 본네빌 소금 사막에서 열리는 '본네빌 스피드 위크'. 각 참가 분야별 최고속도를 경쟁하는 이 대회에 참가하는 버트 먼로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포기를 모르는', '실화를 바탕으로'란 수식어를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풀어내어 보기 좋은 작품.
앤서니 홉킨스의 현실성 있는 인물 해석이 빛을 발한 작품. 워낙 명망 있는 배우이기 때문에 그의 전작들에 비해 다소 평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자극적인 장르가 아닌 '드라마'로서 오랫동안 회자되기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본다. 본네빌 스피드 위크의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Boys of Bonneville : Racing on a Ribbon of Salt(2011)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