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편 2

나의 꽃

by 조 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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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반포 인근의 복잡한 버스 안에

한 송이 장미꽃을 든 여자가 올라탔다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의 젊고 아름다운 여성은

아마 애인으로부터 귀갓길에

그것을 선물 받은 듯하였다

입가에는 아직 그의 얼굴이 보이는 듯

미소가 앉아 있었고 그녀 목덜미엔

따뜻한 남자의 온기가 방금 전 만들어진

추억으로 자리 잡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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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질만질한 정수리가 시원한 것이

영락없이 배 나온 중년의 아저씨였지만

마치 어딘가에서 보았던 마법처럼

아저씨의 손에는 조용한 색의 종이 싼

몇 송이의 노오란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창가에 기대앉은 어깨는 지쳐 보였으나

미소 짓고 있을 그의 얼굴이

내가 앉은 뒤쪽에서도 확연히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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