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마치고 들어온 집, 추운 밤공기를 털어내려 모카포트를 불에 올린다.
시간은 거의 막차에 가까웠고 가끔 보는 출퇴근길 메이트와(모르는 사람이지만 얼굴은 아는) 단 둘 만이 버스에 타 있었다. 이때까지 한두 번 들어봤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휘파람 선율이 차창을 메웠는데, 이는 아마 저 버스 기사님이 이번 코스를 끝으로 퇴근하는 것에 대한 증명이리라.
불과 열 시가 넘었을 뿐이지만 모든 것이 정지된 듯 한 거리. 붉고 푸른 신호등 빛이 스치는 도로. 예전 이 시간대라면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 술 한잔 기울이거나, 콘서트를 가기도 하고 심야영화를 볼 수도, 어딘가에서 공부를 더 하거나 편하게 산책을 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검정 고가도로에 뭍은 휘파람 솔로만이 이 위드 코로나 시대를 대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기사님이 어찌나 휘파람을 잘 부는지, 우연히 눈이 마주친 버스 메이트와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술 내음 진한 노인 몇 사람이 꽹과리 같은 소리로 이야기를 하며 버스에 올랐다. 다른 생각을 하다가 보글보글-피식! 하며 커피를 내뿜는 모카포트 소리에 놀라는 것 처럼, 잠시동안 있었던 무언의 눈빛도 끊어졌다.
껄껄대며 뒷좌석으로 이동하는 노인들 사이로 에어드롭 파일을 받아 보았다. 버스 메이트가 보낸 이미지였고, 휘파람 노래의 제목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따르고 따끈한 잔을 만지며 미소지었다. 그 노래를 틀어본다.
타이틀 오른다.
「헤르츠 커넥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