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편 2

가을 02

by 조 용범

큰 나무를 본 적 있는가,

앉아서 숲을 바라본 적은.

바람의 이동은 피부로 느낄 수도 있지만,

큰 나무들이 움직일 때 실제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바람소리


너와 나의 손바닥을 합친 것보다도 훨씬 큰

나무 잎사귀들이 우수수 파도소리를 내며

흔들릴 때


귀뚜라미와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가 네 마디쯤

연주되고선, 작은 종달새의 하이톤에 맞춰

다시 푸른 하늘로.


저 멀리 능선 언저리와 정상까지 빼곡히 들어선

밤나무, 단풍나무, 그 외 이름 모를 가을빛들이

날 내려다보고 있다.


그런 숲의 푸르스름 속에는

수만 가지의 감정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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