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식구들 얼굴을 보고 집에 가는 길에 친구를 만나 길을 걸었다. 땅거머가 지고 있는 조용한 덕수궁 돌담길을 돌아나가자니, 문득 대학시절의 추억이 떠올랐다.
이천 구 년 가을 즈음이었다. 난 파란색 공군복을 고이 개어 놓은 채 제대를 했고, 영화과에 복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그때였다. 당시 삼 학년 개인 작품으로 내가 연출했던 작품은, 가수 이문세의 노래와 같은 이름을 가진 [깊은 밤을 날아서]라는 단편영화였다. 자식을 낳고 바쁜 인생통에 젊은 시절 라디오 디제이의 꿈을 잊었던 어머니에게, 아들이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음악 선물을 하고 힘내라는 말을 전한다는 내용의, 그런 짧은 영화였다.
정동길은 가수 이문세의 노래 [광화문 연가]의 무대이기도 하며, 그의 수많은 명곡들을 탄생시킨 작곡가 고 이영훈의 시비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깊은 밤을 날아서] 역시도 그 시비 한 켠에 작게 각인되어 있다. 오랜만에 이곳에 들르니, 문득 그러한 추억들이 머리를 스쳤고, 잠시 잠깐 미소 지으며 걷던 나는, 전화기를 귓가에 가져갔다.
"엄마, 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