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편 2

가을 03

by 조 용범

조용한 교정에 심긴 단풍들이

이제 막 절정으로 물들려 하고 있고

어느 때보다도 한껏 진해진

고동색의 나무둥치가

마치 그 현악기의 어둔 울림통

내부로 향하는 듯하다

가벼운 바람- 오후의 햇살 타고 뺨에 닿으면

흔들리는 잎사귀 소리

마른 풀 서걱 울림 소리와

붉게 물든 강물인 듯 저 악기의 울림인 듯

금빛으로 반사되고 있는 첼로의 곡선은

드문드문 드러나는 그녀 어깨와도 같

연습실 창으로 스미는 빛이
가녀린 목을 타고 활로 내려가

깊게 마찰하는 두 현 사이에서 새로 태어나고

뜨거운 두 입술은 가을에도 봄꽃을 피운다


옅어지던 선율의 잔상이

연습실을 꽉 채워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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