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교정에 심긴 단풍들이
이제 막 절정으로 물들려 하고 있고
어느 때보다도 한껏 진해진
고동색의 나무둥치가
마치 그 현악기의 어둔 울림통
내부로 향하는 듯하다
가벼운 바람- 오후의 햇살 타고 뺨에 닿으면
흔들리는 잎사귀 소리
마른 풀 서걱 울림 소리와
붉게 물든 강물인 듯 저 악기의 울림인 듯
금빛으로 반사되고 있는 첼로의 곡선은
드문드문 드러나는 그녀 어깨와도 같았다
연습실 창으로 스미는 빛이
가녀린 목을 타고 활로 내려가
깊게 마찰하는 두 현 사이에서 새로 태어나고
뜨거운 두 입술은 가을에도 봄꽃을 피운다
옅어지던 선율의 잔상이
연습실을 꽉 채워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