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편 2

너와 나의 시간

by 조 용범

어느 저녁, 혜진은 침대에 누워 자신의 오래된 일기장을 읽고 있었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죠."


십 년 전 이맘때, 혜진은 고등학교 삼 학년이었고, 쌀쌀해진 수능 전 겨울의 초입, 선생님과 그녀는 복도 창가에 나란히 서 있었다. 조용한 자습시간이었다. 약간의 정적이 흐른 후, 선생님은 혜진에게 천천히 물어보았다. "요즘 무슨 일 있니." 어차피 사건의 전말을 모두 알고 계셨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선생님과 허물없이 지내고 있었기에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라는 대답이 불쑥 튀어나온 것이었다. 당시에 혜진은 남자 친구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담임선생님과 그녀는 말없이 복도 창가에 서서 반대편 길가를 바라보았고, 선생님은 혜진의 어깨에 그 두툼한 손을 잠깐 얹었다가 말없이 자리를 떠나셨다.


정말 시간은 해결해 주었다.

그리고 기다려주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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