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그렇게 마음을 멈추지 못하는 날도 있는 거예요."
조수석에서 그녀가 말해주었다.
대답 대신 창문을 조금 열었고, 금세 비는 얼굴로 들이쳐 남자의 부끄러웠던 얼굴을 적셔주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한 밤의 택시라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으나, 올림픽대로의 불빛에 비친 그녀의 여린 어깨는 몇 년 만임에도 알아보기 어렵지 않은 조용한 수묵화 같은 모습이었다.
그 곡선 위로 어느 날의 화창한 벚꽃들이 흩날리기도 하고, 한겨울의 차가운 공기 중으로 산란되던 하얀 입김도 떠올랐다.
"비 맞으면 감기 걸려요."
"……."
"비 맞으면, 감기 걸린다고 청년."
기사님의 목소리였다. 조용히 차창은 닫혔고,
"고마워." 라며 그는 그렇게 빈 조수석에 대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