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편 2

해방촌 작업실에서

by 조 용범

나보다도 훨씬 큰 흰 캔버스에 기대어

조용한 오후 느지막이 해방촌 작업실 문가에 앉는다

유화물감 냄새가 천천히 문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보이면

등 뒤에서 들리기 시작하는 물 끓는 소리

그렇게 저녁 노을 두 볼에

지나간 기억들 머릿속에 스치면

어느새 다가온 가을 들판인 듯

금빛을 한껏 머금은 그녀 머릿결

한 손으로 내미는 그 커피 향이

그득히 차오른 우리 마음처럼

어느새 작업실을 꽈악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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