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일찍 일어난 맑은 새벽이었다
이젠 낙엽도 거의 보이지 않았고
시장에서는 어느새 팥죽을 팔기 시작했다
건너편 널찍한 커피숍에 앉았다
오래간만에 조촐한 호사를 부려볼까
가볍게 구성된 아침을 주문하고
회색 머플러를 의자 곁에 걸었는데
그 소년이 들어왔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은 많지 않았고
아침햇살이 차가운 공기를 지나 앉아있던
창가의 바 테이블을 비추었다 소년은 이쪽을 보고는 반갑게 미소 지었다
이내 우리의 아침이 나왔고 그는 문득, 올 해는 이곳에도 눈이 올 거라고 했다
하긴 그는 가을을 만드는 사람이니까
정말 일지도 모른다. 믿기로 하였다
이런 새벽엔 마법 같은 일들이 수두룩하다
어제까지는 보지 못한, 횡단보도 옆 가로수에 앉은
작은 잿빛 새를 발견하는 것처럼.
잘 구워진 베이컨 내음이 목청을 찔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