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밭이었다.
한 노인이 있었고 그녀의 집에서 점심에 차 한 잔을 대접받게 되었다. 우기가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오후가 되면 비가 참 많이 와서 촬영이 어렵다고 했더니, 다리처럼 이어지는 무지개의 끝에는 멋진 보석 상자가 있다는 전설을 들려주었다. 그래 비가 그치면 무지개가 뜬다.
어릴 적이었다면 흥미로울 법도 한 이야기지만, 이제는 그러한 신화를 듣게 되면 먼저 과학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비와 무지개의 상관관계-혹은 촬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랄까. 그 날은 오전에 비가 조금 내리고 그치었는데, 촬영 중간에 땀을 닦고 잠시 올려다본 하늘엔 남국의 태양을 중심으로 이어지던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던 원형 무지개가 이어져 있었다.
저 쪽 언덕에서 홍차잎을 따던 노인은 놀란 나의 모습을 보고 미소 지었고, 나는 보석을 보기 위해 카메라를 바위 위에 내려놓고 말았다. 찍는 것은 나중이었다.